산업재해는 문화 문제다.

대한민국은 최악의 재해발생국

by 낭만샐러리맨

산업재해에 대해

산업재해는 정말 잔인하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고현장을 접하면서 느낀 점이다.


당사자와,

당사자의 가족들과,

당사자의 같은 팀원들과,

당사자의 회사원들과,

산재담당 부서 및 임원 그리고 경영진들과,

매스컴으로 사고소식을 접하는 일반 시민들.


위 인원군별로 산업재해에 대한 느낌 자체가 천양지차다. 한번이라도 사고를 가까이에서 접해본 사람들은 이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노동부장관으로 근로자 및 노동조합 출신이 임명되었다고 기대반 우려반 들이다.

기대하는 측은 노동자 및 노동조합들일 것이고, 우려하는 측은 경영계및 사용자들일 것이다.

한 나라의 장관은, 성향은 있을지언정 완전히 편파적일 수가 없다. 막상 자리에 오르면, 이런저런 전반적인 상황과 사정들이 눈이 들어올 것이고, 결국 기대 및 우려 그 어디 중간에서 모든 정책들이 결정될 것이다.


기대하던 측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게 될 가능성이 대부분이니 배신자, 혹은 변절자라고 비난할 것이고, 우려하던 측은 사업을 접겠다느니, 외국으로 옮긴다느니 하다가도, 어라 나름 그렇게 나쁘지 않네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나라는 산업재해 사망율이 거의 매년 OECD 국가중 1위다. 말로만이든, 고민을 하든, 엄포를 놓든, 중처법(중대재해처벌법)을 내놓든 이 사실은 십수년 한결같이 유지되어 왔다.


이에 대해 현직에 있을때 내내 고민하던 두가지 사실을 역설하고자 한다.


1. '3일 이상 요양'이라는 산업재해에 대한 관리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


산업재해에 대해 가장 유명하고, 고전적이며 정설인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1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기까지에는

29건의 경미한 부상과

300건의 피해없는 사고(가 날 뻔했던 순간)가 있었다는 것이다.

출처 : 소방안전플러스.


우리 나라 산재사고 통계의 기이한 사실은, 산재 사고 건수 자체는 OECD 평균의 3분의 1 정도인데, 사망율만큼은 최고라는 점이다. 이말은, 매우 확실하게 거의 모든 회사들이 위 도표의 29건(경미한 부상)에 해당하는 많은 사고 건수들을 은폐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산재 기준은 '3일 이상의 요양'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단순한 부상이라도 병원에 3일만 가게 되면 산업재해에 해당될 수 있고, 이게 몇건 나오면 산재다발사업장으로 낙인이 찍혀서 이제 관련부처 공무원들의 무자비한 공세가 우려된다.

특별감사, 조사 등을 거치면 장담하건대 담당 부서와 조직, 내규 등 체계를 아무리 잘 갖춘 대기업일지라도 100여건 이상의 적발은 매우 쉬운 일이며, 이에 대한 어마어마한 벌금이 부과된다. 큰 기업은 매스컴을 통해 악덕기업주라는 오명도 감수하여야 한다.


아무리 예방을 잘해도 사고는 발생한다. 지구상 그 어느 나라도 산재사고가 제로인 나라와 연도는 전무하다. 그렇다면 나라와, 공무원들과, 산재 담당들은 사고가 덜 생기게 노력하는 방향이 맞는 길이다.


처벌이 능사일까?

처벌 안하고 사고를 줄일 수가 있을까??


두 가지 모두 정답이 아니다. 지금은 '처벌이 능사'라고 보고 밀어부치다 보니 처벌이 무서워서 아예 산재 건수를 은폐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만연되어 있는게 사실이다. 산재 은폐 처벌도 큰데, 은폐하는 것이 산재 다발로 걸리는 것보다 더 좋다고 기업들은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면 산재 은폐 처벌을 100배 정도 늘이면? 다른 법규와 형평성 자체가 안맞으니 이는 논외의 이슈이다. 요구르트 하나 훔쳤다고 징역 10년 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산업재해 담당들의 최우선 과제는 산재 예방이 되어야 한다. 은폐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현 산재관리 기준과, 특별감사 처벌 등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3일 이상의 요양'이 아니라, 위 도표상 29건에 대한 것을 재해 성격과 경위, 재해정도 등을 좀더 세분화하여


산재 이외의 사고와,

산재사고로 분리하여 관리함으로써


사업주 및 근로자들이 숨기지 않도록 하되, 정말로 산재에 대한 '관리를 안하는 기업주'에 대해서는 중처법을 강력하게 발효하여야 한다. 예방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발생하는 재해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되, 안전을 우습게 보는 기업주는 보다 강력하게 처벌하여야 한다.



2. 산재는 회사 문화가 바뀌어야 줄어든다.


실제 겪었던 일화를 소개드리고자 한다.

모 외국계 기업 근무 당시 화학 업종이었고, 안전문제가 기업 전체를 꿰뚫는 가장 중요한 슬로건 이었다.

안전에 대해서는 정말로 모든걸 양보해야 했다. 심지어 고객을 위해 가장 중요한 납기문제도 안전에는 무조건 양보하라는 강한 지시 및 반복 교육이 이루어졌다.

안전장구류는 귀찮을 정도로 많이(안전화, 방염복, 안전모, 고글, 방염장갑 등) 지급되었고,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경고를 받았다. 한 직원은 작업장에서 전날 마셨던 술냄새를 풍기다가 외국인 공장장에게 걸려서 그날 강제퇴근조치를 받았다. 이유는 숙취상태로 안전이 보장 안된다는 것이었다.


본사 결정으로 사업자체가 매각결정되어 일부 직원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의 합의금과 함께 사직처리 되었고, 이 직원들중 일부는 좀 작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데 성공했다. 모두들 축하해 주었는데, 두달도 안되어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저녁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보니, 한마디로, 그 직장에서는 겁이 나서 일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딸랑 코팅된 일반 목장갑 하나 주고 위험한 화학관련 작업에 교육도 없이 투입지시하길래, 위험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더니 어디서 배부른 얘기하느냐, 싫으면 그만둬라 식이었다고 한다.


안전은 상당부분 비용으로 간주된다. 교육도 비용이고, 안전장구류도 그렇다. 사업주가 싫어할 만하다. 다른 사업장은 이 비용을 투입하지 않으면 투입하는 회사는 안전에 대한 비용만큼 가격경쟁력을 잃는다. 여기에서부터 갑회사의 의지가 개입된다. 안전이 보장되고 어느 정도 비싼 하청을 쓸 것인가, 무조건 싼 하청을 쫓을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불행히도 지금은 사업도 어렵다보니 무조건 저비용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사업주들 얘기를 몇번 들어보았는데, 베트남의 경우 사람이 몇 죽어도 정부에서 전혀 간섭 안하더라, 굳이 한국에서 더러운 꼴 보며 사업할 이유가 있느냐 등등의 얘기가 스스럼 없이 오간다.


그 대척점에는 직원들의 안전이 걸려 있다.

이런 마인드로는 사고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즉, 최고경영진이 안전에 대해 심각하고, 겁을 내야 사고가 줄어든다. 이게 싫어서 사업을 접거나 외국으로 가겠다면, 그건 그들의 판단이고 결정이다.

자칭타칭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안전문제에서는 후진국을 못벗어나는 이유는 바로 이 후진국스러운 마인드 탓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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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안타까운 목숨들이 산재사고로 스러져 간다. 우리 모두가 뭔가 노력하지 않으면 사고는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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