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마스크의 콜라보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고, 초반에는 병원에서도 마스크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스크 공급 부족으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상황에서도 돈만 좇는 사람은 여느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등장했다.
"500만 장 공급해 줄게"… 마스크 대란 틈 타 7억여 원 편취한 50대(https://m.yna.co.kr/amp/view/AKR20231223024200062)
백신과 치료약제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와 감염전파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한국은 꽤 오래도록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을 유지했다. 마지막 남은 장소였던 병원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것이 올해 5월이었다. 그런데 나를 비롯해 근무할 때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는 의료진들이 많았다. 너무 오랫동안 착용했기 때문에 습관이 되어버렸거나,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각종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거나 등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의 ‘기색’을 남에게 감출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
실제로 여러 연구자들이 마스크 착용이 타인의 감정을 읽는 것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조사했는데 연구에 따라 결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마스크 착용이 감정을 알아채는 것을 방해했다고 한다. 모든 연령층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공통된 현상이지만 특히 3-5세 아이들이 감정을 읽는 것에 더 어려움을 보였다고 한다. 타인의 표정을 읽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기술인데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추적 관찰이 필요한 일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마스크를 오랫동안 착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일본 연구자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그 이유를 조사해 봤더니 자신 또는 타인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보다도 마스크를 씀으로써 불안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연구는 마스크 착용 유지가 사회적 스트레스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밝히고 있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이 뒷받침 하지 않더라도 의료진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어도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원하는 것이 있다. 원하는 일의 성격에 따라 원무과 직원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 고객지원센터 직원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 간호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 의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 등등 다양하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쉽게 해결되기도 하지만 해결이 어렵거나 안타깝지만 어떤 경우는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런 여러 상황에서 대화가 항상 원만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표현하는 감정을 수시로 접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선 자신의 피곤하고 불안한 감정을 숨기고 싶다. 억지로 원하지 않는 표정을 짓는 건 ‘속근’ 비율이 높은 안면 근육들이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마스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불안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잘못 읽을 수가 있다고 한다. 마치 상대방이 마스크를 쓴 것처럼. 우리 사회가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바람에 서로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잘 읽지 못해서 오해와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