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할 때는 알 수 없지

몽테뉴, 에세를 읽던 중에

by macropsia

“당신은 병에 걸리면 어떻게 지내는가? 나는 병을 앓아도 아프지 않을 때와 다름없이 지내려고 한다. 평소와 같이 생활하되 조금 더 침착하면 된다. 내가 살아온 빛과 물을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같은 침대를 쓰고, 같은 시간만큼 잠을 자며,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음료를 마신다. 이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몸 상태에 따라 약간의 조정만 할 뿐 특별한 치료나 식단, 전지 요법(기후 요법)은 시도하지 않는다. 그 같은 방법이 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플지라도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건강이라 할 수 있다.” 몽테뉴, 에세(Les Essais)


몽테뉴의 에세를 읽어보다가 이 대목에서 잠시 멈추었다. 직업이 의사인지라 병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나를 멈추게 했다. 병 중에는 식단이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 잘 먹어왔더라고 하더라도 어떤 병에 걸리면 피해야 한다. 몽테뉴는 평생 요로결석 때문에 힘든 삶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물성 단백질, 짠 음식, 견과류 등을 피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몽테뉴가 16세기에 살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의학적, 과학적 사실들은 전혀 밝혀져 있지 않았을 테고 온갖 근거 없는 ‘카더라‘ 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몽테뉴는 그런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상황을 더 악화시킨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았을 테고 관찰했을 것이다. 그것을 경계하고자 저런 글을 쓰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몸이 아프더라도 평상시 생활과 마음 상태를 유지하자, 건강할 때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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