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옆 흡연 구역
병원 교수연구동 맞은편에 도로 하나를 두고 병원 장례식장이 있다. 가로수로 심어진 메타쉐콰이어 나무는 교수연구동 건물과 키재기 시합이라도 하듯이 땅에서 수직으로 쏟아올라 시선을 빼앗는다. 그 너머 무엇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듯.
그것으로도 모자랐다고 생각한 것인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 뒤로는 높고 두꺼운 담이 세워져 있다.
담 뒤편으로는 담과 장례식장 건물을 사이, 담 한쪽 끝 운구차량이 사용하는 주차장과 담 반대편 끝인 장례식장 입구를 오갈 수 있는 성인 3명 정도가 편하게 나란히 서서 다닐 정도의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언제인가부터 흡연가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담에는 흡연구역으로 안내하는 병원의 공식 표지판도 붙었다.
고인의 가족들, 조문객들, 입원 환자, 외래 내원객,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총무과, 원무과 직원, 청소부, 화환 배달 기사, 장례차 운전사, 택배기사 등등 남녀노소, 직종을 불문하고 이 공간으로 모여든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어떤 이유로 이곳에 있는지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복장은 말하고 있다.
이 사람들에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이유를 물어보면 거기 모인 사람수만큼 다양하지 않을까 싶은데… 막상 물어보면 기억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담배 연기가 냄새 만을 남기고 흩어져 사라져 버리듯이 이유는 기억의 유효기간이 넘어버려 남아 있지도 않은…
처음의 이유야 무엇이었든 간에 지금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 한 모금이 간절한 이유는 당장 무언가를 잊고, 끊어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무언가를. 원하지 않았던 고인의 죽음, 고인의 죽음이 남긴 숙제들, 직장 동료와의 갈등,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금전적인 문제, 고객으로부터의 민원 등등
끊어 버리고 싶은 것들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서, 끊어야 하는 것을 알지만 끊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공간이…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에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