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질 내는 영감
80대 초반 할아버지가 최근 경동맥 협착으로 스텐트 시술받고 경과를 보기 위해 외래로 왔다.
항상 부인과 같이 오는데 부인도 허리, 무릎이 안 좋은지 거동이 부자연스럽다.
경과를 확인하고 처방을 내고 진료를 마무리하려는데, 할머니가 묻는다.
“신경질 적게 하게 하는 약은 혹시 없어요?”
“왜요?”
“환자가 별것 아닌 일에도 나나 자식들한테 너무 신경질 내고 화내니까…”
“글쎄요… 우울증이나 불안증이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처방해 볼 수도 있는데요… 신경질 적게 내게 하기는…”
“어르신은 본인이 그렇다는 거 아세요?”
“아뇨”
“상대방이 그렇다고 하는데 본인이 모른다고 하더라도 타인이 일관되게 그렇다고 하면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리고 남들이 내가 원한대로 안 한다고 그걸 내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르신이 남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아내나 자식이라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순간 화를 낼지 말지 결정하는 것뿐이에요. “
“오늘 선생님 말씀 속이 시원하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