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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Jul 08. 2024

엄마의 불안

당연하게도 엄마도 동물이다.

인간은 포유동물에 속한다. 포유동물 중 임신기간이 꽤 긴 편이고 육아 기간도 매우 길다. 어미의 임신기간이 길수록 모성애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포유동물이 코끼리이다. 코끼리는 임신기간이 약 22개월 정도로 인간보다도 길다. 그리고 출산 이후 양육 기간도 10~15년으로 길고 양육 기간 동안 어미와 새끼의 관계도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코끼리 어미 입장에서는 힘들게 임신을 유지하고 낳고 키워서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었는데 새끼가 죽지 않고 생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동물은 번식이 가능해지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어미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하버드대 교수인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와 과학저널리스트인 캐스린 바워스는 이 시기의 동물을 '와일드후드(wildhood)'라고 지칭하고 이 시기 동물들이 종을 넘어서 보이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을 동명의 책 <와일드후드>에 기술하였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 중 하나는 이 시기의 동물들이 어른 동물들에 비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해서다. 미국에선 35세 성인에 비해 청소년이 살인 사건 피해자가 될 확률이 5배 높고, 5세 미만 유아를 제외하면 물에 빠져 사망하는 비율도 15~24세 연령대가 가장 높다고 한다. 감전 사망률 역시 전기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성인과 콘센트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유아를 제외하고 청소년이 가장 높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이 동물들 중 유독 사춘기를 넘어선 자녀를 품 안에 데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초등학생 어린 자녀를 의대 입시 전문 학원에 보낸 엄마에게로 돌아가보자. 과연 이 아이의 엄마는 어떤 불안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현대 사회에서 이제 포식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생태계로 변화한 세상에서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더 이상 포식자가 아니라 돈이 되어버렸다. 한국의 소득 수준은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종합소득세 기준으로 상위 0.1% 소득자가 차지하는 소득의 비중은 10%이며, 상위 1%는 24%, 상위 10%는 5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 격차는 출산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경제원의 '소득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적은 가구일수록 출산율의 하락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0~2019년 동안의 출산율 감소율은 소득 하위층이 51.0%, 소득 중위층은 45.3%, 소득 상위층은 24.2%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2010~2019년 데이터를 사용하여 연령, 학력, 거주지역, 거주형태 등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동일할 경우 소득계층에 따른 출산율을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층의 출산율은 100 가구 당 3.21 가구, 소득 중위층은 5.31 가구, 소득 상위층은 8.22 가구로 추정되어, 소득 하위층의 출산율이 소득 상위층 출산율의 39.1%에 불과하였다.


아이의 엄마는 위와 같은 이야기들을 인터넷 뉴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등에 접속할 때마다 접한다. 그럴 때마다 나의 아이가 저소득 계층이 되어 자식을 낳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가 유전자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실제로 눈앞에 존재하지 않지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엄마의 편도체는 활성화된다. 엄마의 불안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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