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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Jul 09. 2024

나의 포식자, 그리고 불안

 나도 의사를 하면서 가지게 된 불안이 있다. 나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혈관질환 환자들을 14년째 진료하였다. 후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1년 내내, 여름 휴가와 겨울 휴가를 제외하고, 항상 온콜(on-call)이었다. 후배가 들어온 뒤로는 조금 사정이 나아졌지만 격주로 온콜 근무를 하였다.

‘Time is Brain!’

뇌혈관질환을 진료하는 의사들에게는 그 어떤 진료지침보다 중요한 문장이다. 그만큼 시간이 환자의 예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응급실이나 병동에서 뇌경색 의심 환자가 인지되면 관련 의료진에게 자동적으로 ‘코드 브레인(Code Brain)’이라는 문자를 발송하여 알린다.


 뇌혈관이 갑자기 막혀 발생하는 급성 뇌경색 환자는 언제든지 응급실로 올 수 있고, 다른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에게서도 갑자기 뇌경색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뇌경색 환자의 발생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2022년 심사평가원이 공개한 ‘뇌혈관질환 진료 현황’을 살펴보면 뇌경색 환자는 48만 4,443명(2018년)에서 52만 895명(2022년)으로 7.5%(연평균 1.8%) 증가하는 동안, 연간 총진료비는 5년간 32.0%(연평균 7.2%) 증가했고, 1인당 진료비는 22.8%(연평균 5.3%) 증가했다.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했다. 잘 때도 폰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잠들 수밖에 없었다. 젊은 시절에는 감당할 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건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뇌경색이라는 질환의 특성상 중환자가 많고 그만큼 내가 마주해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감도 컸다. 늦은 밤 또는 새벽에 발생한 환자 때문에 잠도 못 잤는데 다음날 외래 진료가 있는 날이면 외래 진료도 보고 입원 환자도 챙겨야 하는 일은 점점 스트레스가 되었다.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문자나 카톡이 왔음을 알리는 진동에 내가 깜짝깜짝 놀라고 있었다. 그때부터 중요하지 않은 모든 알람을 꺼버렸다. 나에게는 알람이 포식자였고 반복된 알람이 나의 편도체를 과활성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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