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의 역류
큰 뇌경색이 발생할 경우 간혹 목숨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뇌가 붓기 때문이다. 뇌가 붓는 것은 손상이 발생한 뇌에서 물의 분포가 달라지기 때문인데,
우선 뇌세포가 빵빵해진다(세포독성 부종). 세포 안에 물이 찬다. 뇌세포가 에너지 고갈로 세포 밖으로 물을 퍼내지 못한다.
뇌혈관에서 뇌세포 사이로 물이 이동한다(혈관성 부종). 빵빵해진 뇌세포와 뇌세포 사이로 물이 들어찬다.
퍼내지도 못하는데 들이붓는… 한마디로 퍼붓는 폭우에 홍수난 셈이다.
손상된 빵빵해진 뇌는 반대편 멀쩡한 뇌를 누르고, 아래로는 사이뇌를 눌러 의식이 나빠지고, 호흡이 불규칙해지면서 죽음의 위기가 다가온다.
물 빼는 여러 약물 치료를 해보지만 약물 치료가 물의 분포가 달라지는 루트 자체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역부족인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은 한쪽 머리뼈를 크게 잘라내어 빵빵해진 뇌에게 숨구멍을 내어준다.
그런데 이게 두개골 절제술 타이밍을 딱 맞추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의식이 조금만 쳐져도 하게 되면 수술 안 해도 견뎠을 환자들도 수술을 받을 수 있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 하다가 보면 타이밍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보호자들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수술한다고 뇌 손상이 좋아지는 건 아닌데 살려면 수술해야 한다고 하니. 수술해? 말어? 결정하기 쉽지가 않다.
전공의 시절에 이런 환자가 두세 명만 있으면, 응급실 당직 콜 받으랴, 병동에서 걸려오는 콜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침대에 누워보기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수술을 타이밍 잘 잡아서 했다고 하더라도 뇌경색 자체가 큰 상황이고, 뇌 병변에 증가한 물이 바로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니 환자가 바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지루한 싸움이 계속된다.
폐렴과 같은 각종 감염과의 싸움, 장기능 저하로 인한 영양 상태 저하, 기존에 갖고 있던 질환들의 악화 등등 문제들이 줄지어 있다.
그런데 2020년 사이언스(Science)에 놀라운 발견을 한 연구 논문이 하나 발표되었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ax7171
뇌경색 후 뇌에 홍수가 발생하는 새로운 루트를 발견하고 그것을 증명한 동물 실험 연구였다.
새로운 루트는, 혈관주위공간(perivascular space)!
혈관주위공간이 치매, 수면 쪽 연구에서는 요즘 핫한데, 뇌세포 활동으로 인한 노폐물이 수면 중에 배출되는 통로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뇌경색이 발생하면, 혈관주위공간 안에 있던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관주위공간이 넓어지는 효과가 생겨, 마치 스포이드가 액체를 빨아들이 듯이, 뇌척수액을 끌어당겨 버려 뇌에 홍수가 발생하는 것을 입증하였다.
하수도가 역류하는 것이다!
나는 2023년에 이 논문을 발견하고 읽었는데…그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논문이 발표된 지 5년 이상 지났는데, 실제 진료에서는 아직 뇌부종을 해결하는 방법은 변화한 게 별로 없다.
항상 눈에 띄는 변화는 느리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나아간다.
누군가는 이 홍수를 막을 방법을 생각해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