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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Jul 20. 2024

번외_나의 신경과 이야기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신경과 영역에서 내가 전공의 수련을 받던 시절과 확실하게 달라진 것은 스텐트를 이용한 혈전 제거술의 등장이다. 나의 전공의 시절에는 혈전제거술이라는 시술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2010년 제대해서 5월에 전임의로 대학병원에 돌아왔더니 스텐트를 이용한 혈전 제거술을 시행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초창기였기 때문에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제는 급성 뇌경색의 중요한 치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모든 뇌경색 환자에게 무턱대고 혈전 제거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경학적 증상의 중증도는 어느 정도인지, 증상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병원 도착 당시에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이 얼마만큼 발생했는지 등을 확인해서 시술로 기대되는 이득이 위험보다 많다고 판단될 때 시도하게 된다.


 이런 판단을 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이 뇌영상 검사이다. 요즘은 CT 검사로 판단하는 것이 추세인데 CT가 MR 검사에 비해 스캔 시간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뇌 CT, 뇌혈관 CT, 뇌관류 CT... 이렇게 3가지 CT 검사를  시행한다. 그런데 똑같은 영상을 보더라도 의사들 마다 판단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아무래도 임상 경험치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혈전 제거술의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임상 연구(Randomized Clinical Trial)들 중 몇몇 연구들은 ‘RAPID’라는 AI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CT 또는 MR 영상을 분석했다.

 RAPID AI는 CT 또는 MR 영상을 분석해서 이미 발생한 뇌경색의 크기, 앞으로 뇌경색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뇌조직의  크기를 영상과 수치로 보여주었고 의사들은 그것을 참고해서 시술할지 말지를 결정했다. 그렇게 시술을 시행한 환자들에게서 높은 뇌혈관 재개통률을 보여주었고, 환자의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혈전 제거술은 응급상황에서 하는 것이며 무조건 성공이 보장된 시술도 아니다. 보호자들은 시술하면 무조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시술 후 뇌경색으로 손상된 부위에서 뇌출혈 또는 뇌부종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환자가 더 안 좋아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술해야 할 환자를 빨리 시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술해서는 안 될 환자를 선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 때문에 의사들은 시술 결정에 객관적 판단 근거를 찾고자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AI가 의사의 판단을 도와주는 세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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