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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Jul 21. 2024

번외_나의 신경과 생활

회진

병동에서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한 후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숨만 붙어있는 환자가 있었다. 가족들은 연명치료 중단에 모두 동의하였고 환자의 임종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진을 갔다.


인간의 온기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치료실'이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 한구석에 환자의 큰아들이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나의 회진이 환자를 깨우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회진이라고 그를 깨우기가 미안했다. 이런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담당 전공의가 그의 잠을 깨운다.


어떤가요?


잠에서 깬 그의 첫마디였다.

나는 어제와 다르지 않다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나는 문득 그가 식사는 했는지 궁금했다.


식사는 하셨나요?


아들은 그렇다 혹은 아니다의 대답이 아니라


고맙습니다


라고만 대답했다.


나는 그와 상투적인 대화 몇 마디를 더 나누고는 다음 환자를 살펴보기 위해 치료실을 나섰다. 그는 모자란 잠을 청하기 위해 다시 ‘치료실’ 한구석에 몸을 맡겼다.


그가 이 ‘치료실’ 한구석에서 벗어날 방법은,

다른 누군가에게 한구석을 넘겨주거나,

환자가 ‘치료실’을 나오거나,

아니면

그가 도망치거나

하지만 어는 것 하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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