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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9시간전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동안신경, 도르래신경, 외전신경의 콜라보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의 가사 중 가장 유명한 부분은 아마도, 수많은 짤들을 만들어내기도 한,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불안한 눈빛'은 어떤 눈빛을 이야기하는 걸까? 사실 눈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눈빛은 사실적 표현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눈빛'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눈에 나타나는 기색.
2. 눈에서 비치는 빛. 또는 그런 기운.


 눈에 나타나는 기색? 기색(氣色)을 다시 찾아보니 '마음의 작용으로 얼굴에 드러나는 빛'이라고 되어있었다. '얼굴에 드러나는 빛'이라는 표현도 상당히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구글 번역기에서 '불안한 눈빛'을 영어로 번역해 보니 'anxious eyes'라고 번역을 해주는데, 우리말 정서를 다 반영해주지도 않거니와 애초에 가졌던 '불안한 눈빛'은 어떤 것을 말하는지 궁금증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도대체 사람들은 불안한 사람의 눈에서 어떤 변화를 감지하기에 저토록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에도 '불안한 눈빛'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 몸에 대한 이야기이니 생물학적, 의학적으로 접근해 보자.


 눈에는 상하좌우에 근육이 붙어있어서 눈을 위, 아래, 좌, 우로 움직일 수가 있다. 그리고 추가로 안쪽 방향으로 회전시킬 수 있는 근육과 바깥쪽으로 회전시킬 수 있는 근육까지 포함해서 모두 6개의 근육이 붙어있다. 이 6개의 근육이 조화롭게 수축과 이완을 하는 덕분에 우리는 여러 방향으로 눈을 움직일 수 있다. 이 6개의 근육들을 움직이도록 뇌의 신호를 전달하는 뇌신경이 동안신경(oculomotor nerve), 도르래신경(trochclear nerve), 외전신경(abducense nerve)이다. 인간은 어떤 대상에 집중해야 할 때는 눈을 대상에 고정시킨 채로 주시하게 된다. 머리는 움직이더라도 눈은 머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시선은 대상에 고정된다. 그래야 집중해야 할 대상이 망막의 중심(macula)에 또렷하게 맺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아래 사진과 같이 비디오 안구운동검사(video oculography)를 해보면 시선 고정의 안정성(gaze stability)이 떨어져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지 못하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한다. 아마도 사람들은 시선이 고정되지 못하고 여기저기로 흔들리는 모습에서 '불안한 눈빛'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비디오 안구운동검사(video oculography)


2017년 개봉했던 <코코>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 '미겔'이 망자의 땅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사후 세계를 경험한다. <코코>에서 사후 세계의 망자들은 해골로 그려지고 있는데... 사실 해골이 눈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눈 없는 해골로는 망자의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해골에 눈을 그려 넣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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