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코코>에서 망자들에게 눈(eyeball)을 그려 넣어준 것 말고 또 그려 넣어준 것이 있다. 바로 눈꺼풀이다. 이 얇디얇은 눈꺼풀에도 근육이 들어있다. '눈꺼풀이 떨린다'라고 말하는 경우 이 근육이 떨리는 것을 의미한다. 눈꺼풀을 닫는 역할을 하는 근육과 여는 역할을 하는 근육이 있어서 우리는 눈꺼풀을 닫거나(눈을 감거나) 열 수가(눈을 뜰 수가)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면서 살고 있다. 1분에 평균적으로 20회 정도 눈을 깜빡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항상 의도적으로 눈을 깜빡여야 한다면 아마도 정말 피곤한 삶이 되지 싶다. '눈싸움(staring contest)'은 반대로 눈을 의도적으로 깜빡이지 않는 놀이인데 모두 알다시피 마주한 두 사람이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면서 누가 더 오랫동안 눈을 감지 않고 버티는지 겨루는 것이다. 겨루기를 할 만큼 의도적으로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 눈과 눈꺼풀을 가진 동물들은 왜 눈을 깜빡이는 것일까?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물이 분비되어 눈의 건조를 막아주고 눈을 먼지나 티끌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강한 빛을 쪼이면 반사적으로 눈을 감아 강한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런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분당 20회는 꽤 자주 깜빡이는 것이어서 눈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 외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시선 고정(gaze fixation)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교정을 위해 눈을 깜빡여서 안구 움직임을 초기화시키기도 하고, 주의와 집중의 요구도가 낮아질 때(예, 글을 읽을 때 구두점 부분에서) 눈 깜빡임이 증가하고, 정보를 떠올리고 무언가 회상하려고 할 때도 눈 깜빡임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런데 불안을 느끼는 경우에도 눈 깜빡임이 증가한다고 한다. 말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털 깎는 기계(clipper, 바리캉)에 거친 반응으로 불안을 나타내는 말 그룹(실험군)과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안정된 말 그룹(대조군)으로 나눈 뒤 바리캉으로 털을 깎을 때 눈 깜빡임 횟수, 심장 박동수 변화 정도,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 코티졸 분비 정도를 측정했다. 바리캉에 거친 반응을 보이는 말들에서 눈 깜빡임 횟수가 증가하였고 눈깜박임 횟수는 심장박동수 변화 증가와 코티졸 분비 증가와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불안도 눈 깜빡임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럼 눈 깜빡임이 많은 사람을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일본 진아이대 인간학부 심리학과의 오모리 야스코 교수에 따르면 눈 깜빡임이 많을수록 상대에게 '친해지기 어렵다', '불신감', '신경질적'과 같은 인상을 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눈 깜빡임이 많다는 것은 이 사람이 나와의 만남 또는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던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불안을 느끼고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무리를 지어 살게 되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는 일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눈 깜빡임이라는 미묘한 변화까지도 우리의 무의식을 파고 들어오게 된 셈이다. 그래서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느낌'을 남에게 감추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