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에 대한 생각은 이미 접은 지 오래였는데, 교보문고라는 단어는 정말 여러 방면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눈앞에 노출되었다.
교보문고 출판, 교보문고 독립 출판, 교보문고 100% 진열 보장 출판 등등
어쩌라고.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교보문고 손글씨 대회.
손글씨라 하면 정말 그간 여러 사람들이 내게 글씨 교정 수업을 받았냐며 물어봐왔을 정도였다.
그런 건 아닌데.
혹은 서예를 해보면 참 잘할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인터넷으로만 홍보를 보다가 어느 날 교보문고에 놀러 갔을 때, 문 앞에 손글씨 대회 응모 용지가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망설임 없이 집으로 가져갔다.
가장 예쁜 문구가 뭘까 고르면서도 이유를 적어내야 했기에 내가 알고 있는 의미 있는 문구가 어떤 게 있을까 고민했으며, 갑자기 가장 암울한 문구는 어떤 게 있을까 고민했다.
역대 수상작들도 보았다. 그냥, 분량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사실 거짓말이고,
나보다 글씨가 예쁜지 보려고.
그때만큼은 내가 제일 반듯한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다 쓰고 난 후에도 지금까지 제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응모 기간이 끝날 때까지도 나는 제출하지 못할 거다.
'어차피 안될 거니까.'
망설이는 게 아니라, 어차피 안될 거니까. 뭐.
괜히 응모해서 그날만 기다렸다가 실망하는 것보단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생각해 보니 이것 말고도 나는 대부분의 많은 것들을 안 하고 있었다.
어차피 안될 건데.
나는 늘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사람들이
'얘, 너 그거 잘한다.'
'네 글이 제일 가슴이 울렁거리게 만든다'
'너꺼가 제일 잘 만들었다.'
'네가 연주한 게 제일 훌륭했다'
이따위 말들을 들어왔어도,
결국 나는 늘 결론적으로 어떠한 결과물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의욕을 상실하는 게 사람답다고 생각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대회에 나갔을 때 나 보다 천재적이거나 우월한 사람들을 보며
내가 일반인들의 말만 듣고 우쭐했구나, 내가 경솔했다, 창피하다. 이런 실력으로 부끄럽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처럼 어정쩡하고 쓸모없는 사람은 어디에서 뭘 하며 살아야 하지 걱정했던 것 같다.
그러니 취미만 늘었다.
아마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때 뭔갈 많이 배운 사람은 나 밖에 없지 싶다.
그럼 뭐 해, 어디다 쓸건데?
취미로 하는 일들은 상처받지 않아서 좋다는데.
나는 늘 열정적이고 진심이었기에 늘 살기 싫어하나 보다. 상실감을 자주 느껴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열정을 쏟는 게 무섭다.
이렇게 말하긴 창피하긴 한데,
배신감 느낄까 봐. 뭐 내가 열심히 안 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배신감 느낀다.
시험 보기 싫다. 콩쿨도 나가기 싫다. 내 친구도 출판했다는데 나는 못할 것 같다. 글 쓰기 싫다.
인생 날로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