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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열 Aug 26. 2023

혼자일 때 더 빛나는 사람

요근래 헤어지는 두 명의 친구들을 봤다.

그들의 심정을 듣다 보면 사춘기도 아닌데

우리 나이 때에 연애가 왜 그렇게 초미의 관심사였을까? 궁금해지다가도,

"그래도 우리 나이 때는 혼자가 더 빛나"라고 위로를 해주면서 나도 꽤 많이 성장했구나 새삼 놀라면서 자신에게 좀 뿌듯하다.




전남친은 내 친구들에 의해 꼬리표처럼 날 자꾸만 따라다녔다.

나 보다 내 친구들이 더 그를 못 잊는다.

정확히는 게슴츠레해지는 내 눈이 보고 싶어서겠지.

평생 놀림거리.

그러면 나도 모르게 전 남자 친구 때문에 펑펑 울던 그때가 떠오르면서

"야,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해 볼 수 있는 건 우리 나이 때 밖에 없지 않을까. 다들 한 번씩 이런 경험한다잖아. 난 좀 늦게 홍역을 치뤘어."라며 웃음이 막 난다.

그러면 성격이 좋은 친구들은 또 이걸 받아쳐준다.

"해열, 넌, 혼자일 때가 너 다워서 더 멋있었어. 넌 잘 모르겠지만."

고마운 사람들.




혹여 플러팅이나 소개를 받겠냐고 연락이 올 때마다

매번 선을 단호히 긋거나 거절하게 된다.

혼자가 아직 더 좋은 것 같다고.

나는 나이가 깡패인 것을 알아버렸다고.

자아도취적인 삶이 이렇게 즐거웠나.

누군가의 마음은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거절도 잘 못했는데.

생각해 보면 이전의 연애가 그리 건강한 관계가 아니었으리라 복기해 본다.




이별에 관해서 감정을 풀어낸 글들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도 이곳에 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함.

다시는 불건강한 연애를 하지 않기 위함.

스스로에게 좀 많이 미안해해야 하며 부끄러워해야 한다.



홀로 이것저것 많이 배우면서, 다른 친구들을 밖에서 만나면서

나는 내면이 점점 강해짐을 체감했다.



헤어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내게 직접적으로 개입해 준 친구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그랬잖아. 니 나이 때 여자애들은 좀 여우같이 굴어야 한다고. 근데 너 솔직히 말해봐. 그때 별로 안 슬펐잖아.


생각해 보니 그때의 이별 후에는 정말 후련함이 더 컸다.

예전엔 그저 헤어지면 슬퍼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랬나.

남들 다 헤어지고 슬퍼하니까 나도 뭔가 그래야 할 것 같은 의무감 같은 뭐 그런 것.



배운 것도 정말 많았다. 연애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관해서도.

방학 동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몇몇 제자들과 따로 사담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적재적소에 필요한 솔루션 같은 것들을 제공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18,19살들이 그렇게 귀여웠나 내심 나도 모르게

"내 말이 진부하지?! 커봐 넌 안 그러나 대학 들어가서도 내가 지켜본다!"라고 장난치게 된다.


우린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을 피할 수가 없나 보다.



누군가가 그거 똥이에요, 그거 된장이에요 말을 해주어도,

나는 내가 직접 먹어봐야

‘음, 진짜 똥이네.‘, ’음, 뭐, 진짜 된장이었네‘ 라고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인터넷에 난무하는 '외로워서 하는 연애는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공감하지 못했다. 이제는 안다.

결혼을 미루는 이유로 '난 아직 삶을 더 즐기고 싶어'라는 핑계를 이제 무척 공감할 수 있다.


다만,

내 주위의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정말이지 온 진심을 담아 말하는 말 하나가 있다.

연애가 1순위가 아니라, 내가 1순위여야 한다고.


어떤 드라마에서도 한 남자 배우와 커리어를 중요시 여기는 성격의 여자 주인공이 나누는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남: 그냥 좀 곱게 후배에게 자리 물려주고 넌 대충 안정적인 남자 만나서 결혼하면 얼마나 좋아.

여: 여자가 남자에게 예쁨 받으려고 사는 존재는 아니잖아?



처음엔 핑크빛, 햇살 같은 관계였을지 몰라도

혹여 시간이 지나 자신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가차 없이

불타는 자동차는 버리고 나와야 한다고.

순전히 '나'를 위해서.


그날 그들의 고민들을 쭉 들어보면서 느꼈다.
우리 나이 때는 혼자든 둘이든 상관없이 뭘 해도 예뻐 보이고 빛날 나이일 거라고.
그러니 일단 지금은 예쁜 것들만 보고 가자고.
무엇이든 다 잘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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