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궁금해하는 내 근황을 브런치가 요구하면
수업 시작 전에 강의실에서 동기들과 얘기하던 중에 가방 얘기가 나왔다. ’입문용 명품‘이라는 표현에 관해 전혀 이해를 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명품을 입문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루이비통 이야기가 나왔다.
학생 1: 루이비통은 어때?
학생 2: 아, 근데 루이비통은 넘 비싸잖아.
학생 3: ㅇㅇ 그건 좀...
나: 그게 비싸다고? 너희들도 살 수 있을텐데? 괜찮아.
난 실수를 해버렸다.
그들의 표정이 안좋았다.
루이비통 사이트를 들어가봤는데 내가 생각하던 그 가격이 전혀 아니었다.
그걸 좀 늦게 알게 되었는지라 이제와서
“헉 그거 비싸더라” 라고 해봤자 함구무언 해야했다.
내가 그것을 저렴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루이비통에 관심이 없어서 내가 직접 매장을 찾아가본 적도 없었고
부모님이 면세점이나 백화점을 가면 루이비통에서 꼭 가방 하나씩 매우 자주 구매하셨으며
초등학생때 친구의 엄마들을 아무나 붙잡으면 누구나 다들 하나씩 있던게 루이비통 가방이었으니까.
이제와서 변명하기엔 늦은듯 싶다.
중간고사 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점수가 개차반이었다. 그러던 중 까다롭기로 유명한 교수가 성적을 알려주기 전에 시험 문제를 복기해주었다.
아무리 과탑이라도 반토막을 못넘기는 과목일 정도로 악명이 높으셨다.
틀리라고 낸 문제들은 총 10개였고, 문제는 총 45개.
1등은 29문제를 맞췄다고 한다.
그런데 교수가 불러주는 그 10문항은 내가 모두 맞춘 문제였다. 혹시 내가 과탑일까 싶어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등 설렜다.
성적표와 채점이 완료된 시험지를 받았을 땐 그 10개에서 몇 문제 더 맞춘 17개로 반에서 꼴등이었다.
그걸 확인할 때 교수와 눈이 딱 마주쳤는데, 교수는 시험지와 날 번갈아보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나도 내가 어떻게 그걸 맞췄는지 기억은 안난다. 분명 한 번 읊어주셨고 시험에 안낼거라고 넘어간 내용이었는데.
어디가서 자랑도 못한다. 창피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