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을 방치하려 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어디 아파?' 라고 물으면 나는 그저
"아, 별 건 아니고요, 부정맥이래요?" 라고 답했다.
이 말투는 평소에 누군가가 감기에 걸렸을 때의 그런 어투.
그럼 상대방은 늘
"어? 그거 가만히 놔두면 골로 가는거잖아?"
혹은
"응? 그게 별 건 아닌 거라고?" 라며 놀란다.
동네 병원에서도 내가 의사에게 "그냥 놔두면 알아서 고쳐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했을 때
"그걸 그냥 놔두려고 했다고요?"라는 반응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부정맥이 왔을 때 이 기분이 썩 괜찮았다.
설레는 기분이라던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던가.
가끔씩 가슴이 막 빨리 뛰기라도 하면 구태여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잠이 깼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모친은 웃기지도 않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름 좋은 병이라고 생각했다.
삶의 미련이 별로 없는 내겐
편하게 자다가 훅 가버릴 수 있는 좋은 건덕지가 하나 늘어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