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신 없이 풀고 난 뒤 쉬는 시간에 모의고사 시험지를 쳐다보고 있으면 내가 다 발라 먹은 생선 같다.
거기서 채점까지 마친 여러 과목의 시험지를 모아놓고 쳐다보면 그것들은 마치 부검한 시체같다.
1-1
국어과외 선생님을 만나뵈러 갔었다.
내가 푼 문제집을 가져오라 하셔서 모의고사 푼 문제집을 가져갔는데 그걸 분석하는 선생님을 보고
그 상황이 꼭 내가 죽인 범고래를 부검하며 페트병이 많이 검출됐다고 말하는 것 처럼 들렸다.
2.
생명과학 노트정리를 한 것을 꺼내볼 때마다 여자 팬티를 만지는 기분이다. 킁카킁카거리는 기분.
3.
물리학 2를 새로 공부하는 중이다.
나도 모르게 시간을 많이 쏟아붓고 나선
멀리서 돌아보면 꼭 교통사고 현장에 서 있는 기분이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두 물체를 날라가면서 쳐내놓고 힘을 구하라고 하면
폭력성이 잠재가 된다. 내가 그 쇳덩이를 던져서 쳐버린 것처럼.
4.
새로 공부하는 과목이 어려워서 진도가 안나갈 때마다 처녀막이 뚫리는 기분이다.
아프다고 밀어낼 때마다 소용 없이 오히려 힘이 가중되어 조금씩 더 깊게 들어오는 기분.
5.
영어 독해가 어렵게 느껴질 때 그걸 반복하다보면 억지로 목구멍까지 들어온 귀두가 어딘가를 휘젓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