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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열 Apr 11. 2024

죽이고 싶은 여자

패륜

힘으로 물리적인 처벌을 사용하고 힘으로 위협하는등 권력주장적 훈육방식늘 사용하는 부모는 그들의 자녀를 화 잘내고 적대적이며 공격적인 아이들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공감적이지도 못하고 도덕가치를 내면화시키지도 못하며 일관성 있는 양심을 발달시키지도 못한다.

Daniel Lapsley의 도덕 심리학 중


당신은 이것을 기억해야한다.


모친의 오래된 대화 습관은 대충 이렇다.


나: 제발 되도 않는 그런 가스라이팅좀 그만해요.

모친: 가스라이팅이 뭔데?

나: 지금 엄마가 하고있는거요. 방금 한 말.

모친: 난 그런 걸 한 적이 없어. 처음 들어보는 말이야.

나: 지금 엄마 논리는, 사람 죽여놓고 ’살인이 뭐죠? 그런 단어 처음 들어보는데요?‘ 하는거랑 똑같은 거예요.

모친: 난 살인을 한 적이 없어. 얘 또 이상한 소리한다.


이런식의 대화를 하다 보면 본질은 늘 흐려져있고, 여자는 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 과정에서 환멸이 날 때가 많다.

방금의 대화에서도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주며 이 여자가 하는 언행에 관해 기분이 나빴다고 말을 하면

어느 순간 그 여자의 잘못은 증발되어있고, 나 혼자가 예민한 사람이 되어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여자는 늘 자신만이 옳았다.



일요일의 날씨는 제법 나른했고, 오랜만에 본가를 간 날, 부친과 모친과 아침을 먹으려 앉아있었을 때

모친이 대뜸 학원에서 본 사설 모의고사 성적이 곧 수능 성적이라는 재수없는 소리를 한다.

3월 성적도 아니고 학원에서 치른 사설 모의고사 성적을 가지고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무슨 뜻이냐고 물었을 때,

여자는 내 말의 의도 조차 헤아리려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말 그대로야”라는 무책임한 말을 해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학원비도 몇 백인데 나는 공부를 해서 얻는 성적이 왜 그 모양이라나. 학원에서 노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더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차피 넌 4년을 쉬었고 재수생들 따라잡으려면 시간 좀 걸려.”라는 말을 했던 사람과 동일 인물인가 의심까지 들었다.

나는 재차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건지 물었고, 그러면 일요일까지 자습을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모친의 대답은 “왜이리 사람이 꼬였냐?“였다.


이 뒤론 같은 대화가 반복되었다.

나는 “학원에서 머무르는 시간만 14시간이고 그 안에서 헛짓거리를 하는 것도 아니며 교육청 모의고사도 아닌 첫 사설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 성적이라는 그딴 헛소리를 듣는게 기분이 나쁘다. 돈은 엄마가 내줄 수 있대서 시작한 재수다. 난 재차 확인해서 입학을 한거다. 상황과 맥락이란게 있는데, 지금 엄마가 한 말은 오해의 소지가 없는 말이다”는 의견이었고

모친은 “내가 틀린 말 했냐. 난 그런 의도로 말을 한 적이 없다. 넌 성격이 이상하다. 돈을 쓰는 만큼 공부를 해야할거 아니냐. 난 이런 성적표를 너꺼 말곤 태어나서 본 적이 없다. 학원에서 놀러다니냐.“는 입장이었다.


아무리 반박을 해도 모친의 저 짤막한 한 마디면 마법처럼 대화의 본질이 흐려져 이상한 쪽으로 흘러갔고,

나는 그런 반복적인 답답함에 출처가 분명한 화를 참고 참고 억누르다가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주체하지 못하여 식탁을 엎었다.

그때만큼은 모친과 부친 그 누구도 이게 무슨 예의냐고 물을 수 없었을거다.

당신들이 내 앞에서 해왔던 짓거리들이니까.


나는 동시에 이런 상황에서 내가 대화를 지속하는게 맞을까 아님 이런 여자에게 내 감정을 구태여 소모해야하는가에 관한 양가적인 회의감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정말 마지막 기회를 주는 심정으로

“사과하세요”라는 짤막한 한 마디만 내뱉었다.

모친의 사과는 정말 성의가 없었다.

“미안해”

그 세 글자.

뭐가 미안한지에 대해 설명하라고 했을 때 모친은 ‘오해하게 해놓고 나쁜쪽으로 몰아가서’가 아니라 ‘공부한거 힘들텐데 몰라줘서’였다.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되기 전에 니가 먼저 ‘오해하게 말했나보다 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라 이런 말이 하고 싶었던거야’라고 말하는거야. 이 말을 했으면 난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넌 걍 내 앞에선 싸물어.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나는 왜 저런 당연한 사실을 쉰이 넘은 여자에게 가르치고 있나 싶은 이질감에 집을 나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부모님에 대한 미련이나 죄책감따윈 없을거다.

나이를 그렇게 먹어놓고 상황 파악을 못하는 여자.

미안하단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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