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지 못해서 올리지 못한 글
지옥은 사람의 머릿수만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 나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란, 또 다른 하나의 세계를 끌어안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이해가 끝나면 나는 온전히 그 사람을 위로할 수 있게된다.
즉, 감정의 영역에서 내가 겪어본 적이 있고, 그 사람의 성향과 기질을 알아야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뜯어먹은 나는 점점 더 성장했다.
사람의 나이는 많고 많을 수록 그 세계가 견고하고 단단해서 간혹 올바르지 못한 세계를 보면 나까지도 이상한 사람이 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사랑은 전염된다.
사랑은 이해의 영역과 비슷했다.
외사랑으로 시작해서 그 마음이 전달되면 사랑은 전염이 된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끌어안게 되면 자아는 확장이 된다.
나 보다 우선인 것들이 생기고
안하던 짓을 한다던가
콩깍지 비슷한게 씌여서 사리분별이 잘 안되고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내 세상이 곧 네 세상이 되는 뭐 그런 것.
네 세상이 곧 내 세상이 되는 것.
지옥은 사람의 머릿수 만큼 있듯이.
그게 합쳐진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합쳐진 세계는 필수불가결해진다.
결핍의 상태를 공유결합으로 서로 죽고 못사는 뭐 그런거.
즉, 사랑이란 필수불가결한 존재의 증명이자 감정의 균형이다.
결국 정작 중요했던 것은 모두 균형이었다.
상대를 살리면서 그곳에서 나도 살 가치를 찾는 부여.
사람이 성장하는 방법 중에 상처를 받고 아픔을 견디는 것도 있지만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 것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연륜만큼은 얻기가 어려웠다.
아마 내가 연상을 좋아했던 이유도 그 연륜 때문이었을 것도 같다.
너의 그건, 다 나 좋으라고 있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말들의 맛은 쓴 맛과 신 맛이다.
내 뺨에 네 손이 닿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랐지만 안그런척 차분한 척을 한다.
내 볼에 닿거나 스친 것들 중에 이렇게 부드러운 것이 있었나. 남자 손이 원래 이런 촉감이었나.
부끄럽게도 몰래 이런 생각을 했다.
허공을 가르지 않고 온 피부는 부드럽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이런 생각이 들키는게 두려워서.
밝고 예쁜 척을 하고 싶은데.
힐러,
로코코의 여왕,
언어의 마술사.
네 눈가에 있는 주름이 없어지고
그게 내 눈가로 옮겨올 때
늘 습관처럼 하는 말.
예쁘네.
꽃과 생명이 하늘로 치들어 터지고
너는 그 예쁜 날에 태어났을 걸 생각하니까
난 꽉 쥐면 뭉쳐지는 것들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넌 꽉 쥐면 바스라지는 것들로 태어났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모든 것들이 따뜻하게 보였을까.
나는 차가운 쪽인데.
우린 그 지점에서 만나 필수불가결해졌다.
그리고 그 약속으로 내 입가에 보조개를 주기로 했고.
간혹 물어보고 싶다.
봄에 그 따뜻한 날에 예쁜 꽃들 사이에서 태어나면 무슨 기분이냐고.
춥다고 할 때마다 안아주고 싶은데 나는 차갑다.
다음 달엔 반팔 입고 만나겠네.
5월 모의고사는 더 잘 봐서 갈게. 빨리 뛰어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