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감성> 어스 Us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한 순간

by 김냐옹
손톱 깎아서 아무 데나 버리면
그 손톱을 먹은 쥐가 도플갱어로 변신해서
널 쫓아내 버릴 거야.

‘밥 먹고 바로 누워 자면 소 된다’는 종을 초월한 근면 성실 캠페인과 함께 대표적인 협박성 전래동화로 구전되어 온 ‘손톱 먹은 쥐’ 스토리,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제아무리 개인위생 의식 강화를 목표로 한 교육적 협박이라고 해도, 내가 더는 나 자신이 아닐 때, 혹은 또 다른 나의 존재 가능성과 그 존재와의 만남을 상상했을 때의 공포란 어린 나에겐 단순 호기심을 넘어선 그 어떤 것이었다.

만약 변신한 쥐가 본인 행세를 하며 내 방에 들어앉아 버린다면 부모님께 어떻게 신분증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깎은 손톱을 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깨끗이 처리하기로 결심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포스럽고도 남을 영화 <어스>

휴가를 맞아 여행을 떠나 온 4인 가족

(아빠 엄마 큰딸 막내아들)

아무리 봐도 혼자 신난 게 분명해 보이는 아빠가 인터넷이 안되면 아웃터넷을 하라는 둥 소름 끼치는 아재 개그를 해댈 때부터 본 여행의 비극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 넓은 북아메리카 대륙의 그 많은 해변가를 두고 하필이면 엄마가 어린 시절 비밀을 간직한 해변가로 놀러 온 것 자체가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겠다는 감독님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가운데, 아니나 다를까 한밤중 가족의 숙소로 수상한 방문자가 찾아온다.

어둠 속에서 식별 가능한 사실이라곤 총 4인, 그들의 실루엣이 마치 아빠 엄마 큰딸 막내아들처럼 보일 때만 해도 설마 했으나 허락도 없이 숙소로 들이닥친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그들 자신이었다.

한 가족의 평온했던 여행을 공포의 휴가로 만들어버린 이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며 이들은 왜 서로를 마주해야만 했을까?

광기 어린 눈빛과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행동으로 누군가의 삶을 하루아침에 예측 불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내린 그들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우리 의식의 어두운 단면을 상징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삶의 그림자가 찾아왔을 때 빛을 포기하고 어둠으로 숨어든다면 우리는 영원히 패배자로 그림자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빛의 존재' 그리고 '어둠의 그림자' 둘 중 하나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그림자로 태어났어도 기꺼이 삶의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향해 나아가기로 선택했을 때 그 용기 어린 삶은 비로소 반짝이는 자신만의 빛을 발현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린 모두 자신만의 빛을 간직하고 태어난 특별한 존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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