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구

태구는 태구다

by 김냐옹
그는 누구인가?

엄태구는 엄태구와 닮았다.


서로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각진 모양의 세 글자가

연음법칙 없이 각각 독립적으로 이어져 있고

평음과 격음이 섞여

군더더기 없이 거칠고 투박하게 발음되는

엄태구라는 이름은

배우 엄태구의 외모와

매우 닮아있다.


서로 관계있는 것끼리 줄을 이으라는 문제 속에

그의 이름표와 사진이 따로 떨어져 있다고 해도

단번에 짝을 지을 수 있을 만큼

너무나 엄태구처럼 생긴 엄태구


마치 한 마을에 고원과 협곡이 공존하는 듯

가파르고 험난한 지형의 안면 윤곽을 자랑하는 그는

삶의 굴곡을 얼굴 골격만으로 표현해낸다.


그 안에서 서로 자비 없이 경쟁적으로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진한 이목구비는

골격이 만들어낸 강한 인상을

카리스마로 승화시킨다.


그러나 그저 강하고 진한 볼드체 페이스만으로 카리스마를 어필하는 여타 다른 개성파 배우들과 엄태구가

결을 달리 하는 포인트는 바로

목소리다.


탄탄한 발성 위에서 완성된 사운드를

안정적으로 구사해내는 배우들 사이에서

거칠고 탁하고 흐릿하기까지 한 그의 목소리는 사실

배우의 기준에 부적합한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그의 직관적 목소리는

날것 그대로를 표현해내는

그의 본능적 연기와 함께

모두의 시선을 빼앗고

누구나 귀를 기울이게 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태구는 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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