퀭한 눈
충혈된 눈동자
짙은 다크서클
축 처진 어깨
힘없는 발걸음...
우리는 좀비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목격되는 곳을 알고 있다.
평일 점심시간 빌딩들이 모여있는
사무실 밀집 지역
혹은 출퇴근 시간 지하철
운 좋게 빈자리에 앉아 깜박 졸다 침까지 흘리면 화룡점정!
영락없는 좀비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사회적 좀비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속한 사회의 가치관에
나도 모르게 목을 콱! 물려버리는 바람에 ‘집단의식’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자신을 잃어버린 채
영혼 없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
사회적 좀비!
그렇다면 나는 이미 사회적 좀비일까?
아직 #살아있다 말할 수 있는 고유의 자신인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좀비로 변해갈 때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사회적 좀비들과 사회적 거리를 두느니
차라리 나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마음 편히 바이러스를 퍼트리며
그들과 어울려 사는 편이 나은 선택인 걸까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하는 영화 <#살아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직 다 떠지지도 않은 눈으로
일단 휴대폰부터 확인하는 주인공은
목숨이 끊어지는 것보다
인터넷 끊기는 게 더 무서운
게임중독자였다.
그날 아침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통해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기 전까지는...
오지랖 넓은 동네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물고 물리며 사는 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건만
서로 헐뜯는 것을 넘어
실제 살을 물어뜯는 아비규환의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충격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충격도 잠시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집에 먹을 게 없다는 엄마의 충격발언!
먹을 식량은 없고
자신은 좀비들의 식량이 될
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극도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찰나...
이 와중에 앞집 여자와 눈이 맞고 만다.
외로움에 지쳐
좀비가 다 되어가도록 솔로 신세를 면치못하는 바이러스 청정구역 주민들 염장 따위
우리 알바 아니라며
이 시국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서
본격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
서로 목숨보다 중요한 식량을 주고받으며
애틋한 감정을 키워나가다
이깟 좀비가 우리 사랑을 막을쏘냐며
급기야 목숨 걸고 집 밖으로 뛰쳐나와
만나게 되는데...
그동안 왜 숨어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특공무술에 가까운 액션을 선보이는
황당한 상황이야
까짓것 사랑의 힘이겠지 생각하며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기로 한다.
그렇게 ‘살아있다’는 제목은 결국
‘얘들 사롸있네~’를 의미하는 것이었나
헷갈릴 때쯤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낯선 중년 남성의 도움으로
이웃집 좀비들을 피해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게 된 두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좀비바이러스마냥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
컵라면 사재기 부추기는
이 한 편의 자가격리 스릴러는
관객들에게 더는 남 일이 아닌 것 같은
현실적 공포를 선사한다.
동시에
이 힘든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사유하게 한다.
어쩌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좀비들과 거리두기를 통해
진짜 나를 찾는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