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영

또 류혜영

by 김냐옹
그는 누구인가?

농담을 다큐로 받는다는 것!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행위는 곧

말 한마디로 그 공간의 장르를

바꾸어버리는 일이다.


영화가 다큐가 되어버리는 순간이 있다.

존재만으로 픽션을 논픽션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배우가 등장했을 때다.


배우가 격투기 선수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격투기 선수가 연기를 하듯

영화가 끝난 후에도

어딘가에서 격투기를 하고 있을 것처럼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배우

<류혜영>

캐릭터의 생명력은

외면의 변신이 아니라 내면의 변형으로 완성된다.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라는 의미이기도 한데

배우 자신이 캐릭터의 가면을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지는 것에

더 가깝다는 의미다.


인간은 가면 뒤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사회적 인간에게

가면을 쓰는 행위는 익숙하지만

벗는 것은 어려운 이유다.


살면서 덧씌워진 모든 가면을 걷어낸 후

그 자유로움으로 캐릭터와 온전히 하나 되어

틀에 박히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류혜영


가면 속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용기는

내가 어떻게 보일 지를 걱정하지 않기 때문에

진짜일 수밖에 없다.

그 어떤 노력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는

과장되지 않은 채

절제된 자연스러움으로 표현된다.


비워진 것은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비어있는 곳을 다시 채운 그것은 순도가 높다.


자신의 정체성을 변형해 완성된 순도 높은 연기는 관객과 픽션이 아닌 논픽션으로 공명하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가 생명력을 가진다는 것은

그 어떤 연기력으로도 넘어설 수 없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꺼이 자신을 비워냄으로써 완성되는 배우 류혜영의 매력은 그래서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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