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03
라호셸에서 둘째 날. 숙소에 에어컨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창문 열어두니 바닷바람이 들어와서 시원하게 꿀잠 잤다. 식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주변에 마켓이 있어서 그곳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8시부터 1시 반까지만 운영을 해서, 간단하게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고 11시쯤 숙소를 나섰다. 차로 15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비유 막쉐 드 라호셸(Vieux Marché de La Rochelle). 여행 가게 됐을 때, 시장을 가면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떤 먹거리를 먹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 그 지역과 좀 더 친해지는 느낌이다.
시장에 도착하니 시장이 건물 내부에도 있고, 야외에도 있었다. 우선 내부로 들어서니 신선한 해산물과, 고기, 완제품 음식도 판매하고 있었다. 다양한 먹거리들을 구경하다가, 점심으로 먹을 음식 몇 가지와 저녁에 해먹을 샐러드거리를 사서 시장을 나왔다.
시장을 나오니, 환한 라호셸의 거리가 눈에 담긴다. 프랑스 소도시는 도시마다 느낌이 다른데 라호셸은 정갈한 건물들과 거리가 조화를 이룬다. 이때가 마침 프랑스 공식 세일기간이고, 블로아에는 없는 브랜드와 갈라예트 라파예트도 있어 구경하다 가기로 했다. 프랑스는 1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 4주씩 정부에서 법적으로 정한 의류 세일 기간이 있다. 이렇게 법적으로 정해진 정기 의류 세일 기간이 있는 이유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고(대형 의류 브랜드가 장기 세일을 할 경우, 소상 공인의 경쟁이 약화될 수 있음),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쇼핑 시기 계획, 진짜 합리적인 세일 기간이라고 인식 가능)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몇 번 돌아다녀 보니, 진짜 사고 싶은 제품들은 할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열심히 찾다 보면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기도 하다.
갈라예트 라파예트에 들려서, 윌리엄은 8월에 있을 모니크 결혼식에 신을 신발을 구매했다. 나도 빈티지 상점에 들려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하나 선글라스를 구매했다. 프랑스는 해가 진짜 세서, 선글라스는 필수품이다. 몇 가지를 써보다가, 요즘 유행하는 사각 선글라스를 살까 했는데 윌리엄이 동그란 게 더 잘 어울린 데서, 동그란 선글라스로 구매했다.
2시간 정도 쇼핑 후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배가 고파서 바로 사 온 음식들을 차려 점심식사.
구매한 음식은 키쉬(Quiche, 타르트 반죽에 계란, 치즈, 시금치를 넣고 구운 파이 요리), 토마토 팍시(Tomato farcie, 토마토 안에 양념된 다진 고기를 넣고 구운 요리), 그리고 우리나라 순대와 비슷한 부당(Boudin, 돼지 피와 지방, 양파를 넣어 만든 선지 소지시)이다.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매했지만, 적절하게 간이 되어 세 가지 다 맛있었다.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
점심식사를 마친 후, 숙소에서 좀 쉬다가 5시에 수영장에 나가서 2시간 정도 더 놀았다. 어제는 해가 쨍쨍했는데, 오늘은 해가 구름에 가려 조금 추웠다. 그래도 수영장 못 잃어... 나도 수영 잘하고 싶다.
숙소에 돌아와 재정비 후, 구시가지에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로 했다. 나오니 마침 딱 해가 지는 중. 노을 아래 찰랑거리는 바다가 너무 이쁘다. 흔들리는 바람과 배의 깃대에 늘어져 있는 철로 된 줄이 부딪혀 칭칭- 소리를 내는데, 오래오래 기억될 소리. 오랜만에 감성 100% 충전. 근심 걱정 다 잊히는 풍경이다. 어제 구시가지에 가면서 본 다리가 있었는데, 윌리엄이 그 다리 끝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건너보자고 했다.
근데 다리가 너무너무 길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는데 근성의 윌리엄은 끝까지 가봐야 된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갔다 오니 거의 11시가 다 되는 시간이었는데, 찾아보니 아이스크림집이 11시에 닫는다. 아이스크림을 포기할 수가 없어, 후다닥 뛰어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이미 많이 걸어서 지쳐있었는데, 걷다 보니 숙소 근처까지 운행하는 바토(Bateau, 배)가 있었다. 30분마다 운영하고, 막차가 12시까지 있어서 마지막 보트를 탑승했다. 티켓은 배에 탑승해서 구매하면 되고, 편도에 1.5유로다.
배가 빠르지 않아서, 걸어오는 거랑 비슷한 시간이지만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이렇게 라호셸에서 행복한 둘째 날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