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02-250704
윌리엄이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일주일간 휴가로,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우리가 고른 여름휴가 행선지는 블로아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라호쉘(Larochelle). 프랑스 서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예쁜 해변들과 여러 요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예전에 한국어 교사 일 관련해서 찾아보다가, 세종학당이 위치한 도시라고 알게 되어 익숙한 곳이기도 했다.
6월 말부터 블로아도 엄청 더워지기 시작했다. 해가 져도 온도가 30도를 웃돌았다. 라호쉘로 떠나기 전날 밤 자고있는데 선풍기가 갑자기 꺼졌다.(지금 살고 있는 곳에는 에어컨이 없다.) 나는 선풍기를 너무 오래 켜놔서 고장이 난 줄 알았다. 땀이 주르륵 흐르는 것을 느끼며 잠을 설치고 있는데, 윌리엄이 일어나 선풍기를 확인해 보더니 두꺼비집을 만진다. 그리고서 밖에 나가보더니, 우리 집 말고도 다 정전이 됐다고 한다. 이렇게 전기 소비가 급증하는 날에는 전기가 셧다운 되기도 한다고.... 더위에 잠을 못 이루다가, 다음날 12시가 돼서야 일어났다.(예약해 놓은 레지던스 체크인이 3시여서, 12시에는 출발하기로 했는데 12시에 일어남 ㅎㅎ)
늦은 아침을 챙겨 먹고, 추가로 짐을 챙기고 나서 오후 2시가 돼서야 집을 나섰다. 라호쉘로 출발!
벌겋게 데워진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리는데, 차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윌리엄이 계기판을 확인하는데 자동차 온도가 너무 높다고 잠깐 멈춰서 확인해 봐야겠다고 한다. 이대로는 못 달린다고, 다시 블로아로 돌아가서 일리안에게 차를 빌려서 가야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 보닛을 열어 부품을 확인하던 윌리엄은 뭔가 딸깍딸깍 만지더니, 팬이 멈췄는데 이제 돌아간다고 이대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심각한지 몰랐던 나는 레지던스 수영장이 7시까지라 그전까지는 가야 되는데 하고 초조했는데, 갈 수 있다고 해서 마냥 다행이었다. ㅎㅎ. 대신 에어컨을 켜면 과열된다고, 창문을 열고 가야 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렇게 에어컨도 못 틀고, 35도에 육박하는 날씨에 창문을 열고 2시간을 더 달려 라호쉘에 도착했다. 라호쉘에 다 와갈 때쯤 비가 살짝 내리더니, 블로아보다 훨씬 시원해졌다. 라호쉘 온도는 28-29도 정도였다. 미리 예약해 둔 레지던스 도착. 이름/성을 바꿔 써서 체크인에 문제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신경도 안 쓰고 체크인을 했다. 방에서 보이는 수영장. 레지던스형이라 주방도 갖춰져 있고, 깔끔하고 해변도 5분 거리에 있어 라호쉘에 또 오게 되면 재방문 의향이 있다.
도착하니 6시가 다 돼 가는 시간이라, 짐 정리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이날만을 기대하며, 프랑스 오기 3개월 전에 급히 수영 강습을 들었다. 여름휴가 올 때마다 나만 수영을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제는 부력도구의 도움이 있으면 나도 찰방찰방 수영할 수 있다. 근데 수영장이 생각보다 깊어서 당황. 물 몇 번 먹다가, 부력도구 잡고 1시간 정도 물속에 있었다. 그러다가 물속에서 나와 선베드에 누워 햇빛을 쐬다가 들어왔다. 항상 물에 들어갔다 햇빛 쬐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3개월만 더 수영 강습 듣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물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다는 건 진짜 멋지다.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세상 근심 다 없어지는 느낌. 그리고 수영할 때는 그렇게 힘이 든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나오면 많은 칼로리가 소모되는 것도 장점이다.
수영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재정비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에 떨어진 구시가지로 향했다. 숙소에서 구시가지로 가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는데, 바로 옆 바다에 정박해 있는 보트 수가 어림잡아 몇천대는 될 것 같았다.
30분 정도 걸어, 구시가지로 넘어가려면 다리를 하나 건너야 된다. 그런데 높은 깃대를 가진 보트도 지나가는 길목이라 다리가 특정 시간에만 내려온다. 10분 정도 기다려서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서 구시가지에 도착했는데, 어디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을 따라가니 갑분 폴댄스 공연이 한창이다. 눈앞에서는 처음 보는 폴댄스. 주류와 간단한 스낵류, 그리고 이렇게 특정 시간마다 문화 공연을 하는 식당이었다. 사람들이 엄청 바글바글 했다. 분위기가 좋아 시간이 되면 다음날 아페호를 마시러 오기로 했다.
10분 정도 더 걸어 도착한 식당. 라호쉘은 항구 도시라 해산물이 유명한데, 윌리엄이 찾은 이 식당도 다양한 해산물&생선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이다. 아페호로 각자 끼흐(Kir)를 한잔씩 주문하고 메뉴를 골랐다. 엉트레와 메인 메뉴를 하나씩 골랐는데, 나는 연어 타르트와 프랑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인 홍합 찜을 시켰다.
메뉴가 하나씩 도착하고, 찜통인 블로아에서 벗어나 라호셸에서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해산물 요리는 맛있었다. 언제 먹어도 실패하지 않는 홍합찜. 근데 홍합찜보다 윌리엄이 시킨 생선 요리가 더 맛있었다.
식사하며 1시간 정도 지나니, 어둑해지고 서버분이 테이블마다 작은 램프를 놔준다. 바로 앞에 있는 Tour de la Chaine(뚜흐 드라 쉔느) 타워에도 불이 들어와 한껏 분 여름휴가의 분위기를 돋운다. 나는 아직 백수여서 진정한 여름휴가는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더운 블로아를 떠나 바다 느낌 낭낭한 라호쉘로 오니 기분 전환이 된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오늘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프랑스 관광지를 가면 관광객을 타깃으로 아이스크림 가게는 항상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아이스크림 집에 도착해서, 팜플루무스(Pamplemousse, 자몽) 맛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라호쉘에 있으면서 매일 1일 1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이날 먹은 자몽맛 아이스크림이 베스트였다. 아이스크림을 마지막으로 라호쉘 1일 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