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21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 매년 6월 21일이면 프랑스 전역에서는 페트 드 라 뮤지크(Fête de la musique, 음악 축제)가 열린다. 1982년 당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자크랑은 "모든 사람이 음악을 즐기고, 모든 곳에 음악이 울려 퍼지게 하자"라는 취지로 이 축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매년 하지에 프랑스 전역에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거리, 광장, 공원 어디에서든 마이크와 가수, 관중만 있다면 무대가 완성된다. 대부분 무료로 공연이 진행되며, 아마추어부터 유명 가수까지 길거리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구글에 Fête de la musique + 도시 이름을 치면, 당일 어떤 가수들이 어디에서 공연하는지 라인업을 볼 수 있다.
프랑스 여름은 보통 해가 10시에나 지기 때문에, 9시 까지는 날이 환하다. 윌리엄 일 끝나고 쉬다가 9시쯤에 축제를 즐기러 집을 나섰다. 7시만 지나면 고요한 블로아 centre ville도 간만의 음악 축제로 북적북적하다. 거리 어디에서나 크고 작게공연 중이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으로 가니, 밴드 공연이 한창이다. 윌리엄이 Jash라는 밴드 그룹이라고 한다. 프랑스 샹송+록·팝을 연주하는 밴드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지만, 관중 무리에 껴서 같이 쿵짝쿵짝 리듬을 탔다. 두 곡을 연달아 끝내고, 보컬이 “이건 모두 다 아는 노래일 거예요~ ”하면서 연주를 시작했다. 나는 모르는 노래겠지 했는데, 도입부가 익숙하다. 4 Non Blondes의 what's up 커버였다. 보컬이 헤이헤이헤이 후렴구를 무한 반복하다가 관중한테도 마이크를 건네기 시작했는데, 나한테도 올까 봐 긴장했다. 결국 마이크를 건네진 않으심 ㅋㅋ.
그 외 몇 군데를 더 둘러보다가, 저녁을먹으러 케밥집으로 갔다. 가기 전에 카페에서 버블티 한잔을 사 마셨는데, 가게 주인분이 본인은 대만에서 왔다고 소개하신다. 아 근데 가게 막바지라 그런지 버블이 너무 딱딱했다ㅠㅠ. 그래도 오랜만에 먹어보는타피오카 펄.
1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블로아 최애 케밥집. 다리를 하나 건너가야 되는데, 초파리가 진짜 너무 많았다. 거의 초파리 파티. 윌리엄은 퀘프타, 나는 케밥을 주문했다. 언제 먹어도 너무 맛있는 케밥. 감자튀김은 엄청 뜨거웠다.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해가 졌다. 10시는 넘어야 이제 좀 밤이다 싶다. 공연을 좀 더 구경하려고 블로아 성으로 갔다.
블로아 성에서는 오케스트라 공연이 한창이다. 11시가 다 된 시간이라, 아쉽게도 마지막 곡. 연주 중인 곡은 캐르비안의 해적 오에스티였다.
블로아 성을 마지막으로, 길거리를 한 바퀴 더 돌고 오늘 축제를 마무리했다. 도시 하나가 무대가 돼서, 발걸음 닫는 대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몇 달 전에 유튜브 빠니보틀이 충주맨과 같이 남원 춘향제에 참여한 영상을 봤다. 충주맨이 한국에서는 정돈된 방식으로 축제를 하지 않으면 다양한 민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다양한 지역축제는 정형화된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고 한다. 뭐 이런 스타일의 축제도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방식의 축제도 언젠가 한국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이런식으로 도시 통제해서 축제 하면 민원 들어올 것 같긴하다 ㅋㅋ. 프랑스는 민원 넣어도 공무원들이 신경도 안쓸것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