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일리안과 데이트 2

by 마담엘리

#250715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인 7월. 일리안이 오랜만에 바깥나들이 데이트를 신청해 주셨다. 아침 10시까지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10시에 연락이 없어서 까먹었나 하고 잠깐 딴짓했는데 1층에 와계셔 있으셨음 ㅠㅠ 놀래서 후다닥 가방 들고 뛰쳐나갔다.

오늘 데이트 장소는 일리안 집 주변에 있는 숲. 숲 산책을 하기로 했다. 숲 주변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일리안이 벌레 물리지 말라고 퇴치약도 칙칙 뿌려주셨다. 본격적인 숲산책 시작. 나는 도시에서만 살아서 이렇게 사람 드문 한적한 숲은 처음이다. 숲 중심에 큰 호수가 있는데, 그 길을 따라 걸으면 1시간 정도 되는 산책로라고 한다.

Forêt Domaniale de Boulogne (41250 Neuvy)

말도 안 되게 맑은 공기의 숲. 사람 한 명 없어서 조용한 와중에 새소리만 간간이 울린다. 호수에 돌 하나 던지면 온 세상이 울릴 것 같은 고요함이다. 숲 한편에 매트하나 깔아놓고 30분 정도 명상 하면 온 정신이 맑아질 것 같은 기분이다.

길게 뻗은 나무가 곧 구름을 뚫을 것 만 같다. 나무 끝을 보려면 고개를 한참이나 들어 올려야 된다. 거의 일리안 혼잣말로, 나는 맞장구치며 숲 산책을 했다. 일리안이 눈에 보이는 작은 곤충이나 식물들을 어린아이에게 가르치듯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한국에서도 가끔 등산을 하긴 했지만 사실 이런 곤충들에 관심을 갖진 않아서 모든 게 다 새로움. 1시간 정도 걷다 보니 숲을 향해 뻗은 다리가 있었다. 다리 주면에 벤치가 놓여 있었는데, 일리안과 앉아서 물 한 모금 마시며 휴식했다. 호수가 어찌나 맑은지 구름이 그대로 비친다. 물이 맑아서 그 아래 찰방찰방 수영하는 물고기도 잘 보인다. 고요하긴 어찌나 고요한지. 조용히 있으면 귀가 먹먹하다.

한 시간 정도 숲 속 산책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러 일리안 집으로 향했다. 오늘 요리사는 조엘. 여러 가지 야채샐러드로 엉트헤를 먹고, 첫 번째 메인 식사인 쿠스쿠스와 라따뚜이 그리고 소시지를 먹었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으나, 갑자기 스테이크를 굽는 조엘. 프랑스에서는 굽기를 꾸이송(Cuisson)이라고 하고, 보통 네 단계로 나누는데 아예 안 익힌 정도를 블루(Blue), 레어를 세냥(Saignant), 미디엄을 아포앙(À point), 그리고 웰던을 비앙 꾸이(Bien cuit)라고 한다. 나는 아포앙으로 부탁드렸다. 파슬리 송송 뿌려 먹는 스테이크. 익힘의 정도가 딱 좋았다.ㅎ. 마지막 디저트로 마지막 철인 딸기 타르트. 딸기가 부드러운 크림과 잘 어울렸다.

오늘도 맛있게 식사를 완료하고, 일리안이 집까지 데려다주신다고 했다. 바로 집으로 가는 줄 알았으나, 중각에 어디선가 내림. 영문 모르고 쫓아갔는데 갑분 염소 농장이다. 염소 농장을 운영하면서 갖 짜낸 염소젖으로 치즈를 만드는 가게인데, 염소 구경도 하고 신선한 치즈 구매도 가능하다.

Chèvrerie du Fay (29 Rte de Seur, 41120 Chitenay)

사실 염소 치즈는 치즈 중에서도 향이 센 편이라 선호하진 않았는데 이날 이곳에서 구매한 치즈를 먹고, 염소 치즈에 입덕했다. 신선한 염소 치즈는 향이 세지 않고 쿰쿰한 요구르트에 가까운데 꿀을 곁들여 먹으면 너무 맛있다. 이 날 부로 내 내 최애 치즈가 되었음. 오늘도 좋은 곳, 좋은 음식, 좋은 치즈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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