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와서 웬만한 건 다 한식 재료들은 다 구할 수 있는데, 딱 한 가지 '깻잎'은 파는 곳이 없다. 원래 깻잎을 좋아하는데, 어떡할까 하다가 직접 심기로! 프랑스 관련 카페를 열심히 뒤져보다 보니 '코코펠리(Kokopeli)'라는 유전자 다양성 보존 활동 단체에서 깻잎 씨앗을 판매하고 있었다. 게다가 배달도 돼서 주문하는 김에 고수 씨앗도 같이 구매했다.
배달 후 1-2일 후 배송이 시작됐고 1주일 안에 씨앗을 배송받았다. 얼마 전 일리안 집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갔는데, 씨앗을 키우는 모종 포트를 주셨다. 그래서 다음날 바로 심기. 고수랑 깻잎이 시원한 날씨에서 잘 자란다는데, 아직 7월 말이라 날이 더워서 걱정이 됐다.
걱정했는데, 1주일 정도 지나자 새싹이 얼굴을 드러냄. 6개의 모종 포트 중에 4개는 깻잎, 2개는 고수를 심었는데 나는 가장 먼저 발아한 요놈이 고순 줄 알았다.
하지만 반전으로 둥근 잎으로 난 친구들이 깻잎이고, 뾰족한 잎으로 난 애들이 고수였다.
쑥쑥 자라는 내 새끼들. 하루에 3-4번씩 들락날락하니깐 윌리엄이 자랄 틈 좀 주라고 뭐라 한다. 백수가 할게 뭐 있어.. 그중에도 고수 한 놈은 아픈 손가락 ㅠㅠ. 발아한 지 며칠 지났는데 저 크기에서 멈춰버렸다. 결국, 분갈이 후 죽고 말았다.
8월 중순에 윌리엄 가족 중 한 분 결혼식이 있어 며칠 집을 비울 예정이라 그전에 분갈이를 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집 주변에 있는 원예 상점에 찾아갔다.
생각보다 대규모의 원예 상점. 웬만한 과일나무도 다 팔고, 가축 용품도 있다. 나 과일 좋아 인간인데 집 앞에 맨날 새로운 과일이 열려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디테일에 진심인 프랑스는 흙도 용도가 다 다르게 세분화되어있다. 어떤 나라나 그런가? 농알못이라 사실 이런 원예 상점도 처음 방문해 본 것이긴 하다.
집에 오자마자 구매한 초록 화분에 흙 붓고 새싹이 들을 심었다. 물도 촉촉이 주고, 결혼식 다녀올 동안 잘 크고 있어야 댄다 얘들아.
두 달 정도 걸려 무럭무럭 자라난 고수와 깻잎. 처음으로 고수를 수확해서 반미 샌드위치를 해 먹었다. 깻잎도 생각보다 발아양이 엄청났는데, 얼마 전에 처음으로 수확해서 라면에도 넣어먹고, 깻잎 김밥도 싸 먹었다. 직접 키워서 더 맛있는 깻잎.... 일 못 구하고 우울할 때 힘이 돼줬던 깻잎하고 고수들. 깻잎 좀 더 크면 삼겹살 구워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