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타국에서 우울할 때 도움이 됐던 것들

by 마담엘리

프랑스에 온 지 4개월이 넘어가던 차,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감이 극에 달했다. 기존에 하던 일과 비슷한 업계의 사무직 취업을 목표로 프랑스에 왔는데, 이력서를 100개 정도 넣어도 연락이 없으니 불안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윌리엄과 싸우는 날도 잦아졌다. 그 원인을 비자 등 외부에서 찾아보려 했지만, 결국에 내가 무쓸모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커졌다.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때 숨어버리는 못된 습관이 있는 나는, 주변 연락까지 다 차단하고 동굴에 들어가 우울감만 심화시켰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을 때, 이 우울감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됐던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1. 일기 쓰기

이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내 마음속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기 위함이었다. 브런치북을 발행하면 강제적으로 글을 써야 하니, 일기 형식으로라도 글을 남기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매일매일 그래도 뭔가를 남겨놓는다는 생각을 하니 뭔가 생산성 있는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이전 캐나다로 워홀을 갔을 때도 개인 블로그에 일기를 남겼는데, 그때의 글을 읽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벌써 4년 전 이야기이고 지금 생각해 보면 마냥 행복했던 시절인데, 실제 그 순간에 남겼던 일기를 읽어보니 그때도 지금과 똑같이 '한국에 다시 돌아가야 되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었다. 그때의 글도 읽고, 지금 내 심정을 적다 보면 생각 정리도 되고 마음 한구석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2. 러닝

프랑스에 와서 3개월 정도는 밖에 혼자 나가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이 컸다. 가끔 장 보러 나가는 게 밖에 나가는 유일한 일이었는데, 길 가다 사람을 마주치거나 계산대에서 내 순서가 다가올 때 식은땀이 삐질 날 정도로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 언어에 대한 강박과 프랑스인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나를 잡아먹었던 때였다. 그러다가 8월 초 윌리엄이 직장 동료하고 러닝을 하러 간다는 게 발화점이 됐다. 지난 5월 윌리엄 생일 때 같이 러닝을 하고 싶어서 러닝화를 선물로 사줬는데, 내가 가자고 할 때는 피곤하다고만 하다가 갑자기 직장 동료들하고 러닝을 뛰러 간다고 하기에 이틀 동안 삐져있다가 같이 있고 싶지 않아 혼자 러닝을 하러 나갔다. '런데이'라는 어플을 깔면 러닝 전문가가 음성으로 페이스 조절을 해주며 같이 뛰는 느낌이 든다. 이때부터 거의 매일 러닝을 하러 나갔는데 러닝 시작 후 몸도 가벼워지고 정신도 훨씬 맑아졌다.

3. 에세이 읽기

프랑스에 오기 전 직장 동료분들이 감사하게도 전자책 리더기를 선물로 주셨다. 프랑스에 가면 한국어로 된 책을 찾기 힘들 테니 전자책으로 읽으라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원래는 소설이나 자기 계발서를 주로 읽고 에세이는 거의 읽은 적이 없는데, 이 시기에 에세이를 엄청 읽었다. 에세이는 주로 행복한 이야기보다는 내가 겪은 역경(?)이나 갈등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적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와 처해진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공감도 많이 되고, 나도 할 수 있다나, 움직여야겠다는 활력을 얻게 된다. 적어 내려가는 것들 중 우울감을 이겨내는 데 가장 많은 도움이 된 방법이었다.

4. 식물 키우기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니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컸다. 가끔 이웃집 고양이가 테라스를 타고 놀러 오는데 눈 마주치고 있는 것만 봐도 힐링이었다. 다만, 내 우울감을 이겨내자고 동물을 입양할 순 없으니 선택한 방법은 식물 키우기였다. 씨앗을 구하고, 화분과 흙을 사고 직접 심고 커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함이 컸다. 깻잎과 고수를 심었는데 직접 수확해서 음식도 해 먹으니 그래도 뭔가를 내 손으로 했다는 기분이 들어 우울함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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