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잘 쳐다보지 않았던 프랑스 영화를 프랑스에 와서 자주 보게 됐는데 그중에서 몇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난해하기보다는 따뜻하고, '연대'가 강조되는 영화들이 많았고 신선한 시선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많았다. 긴 시리즈보다는 1시간 반정도의 러닝타임으로 프랑스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다만, 한국 넷플릭스에는 업로드되지 않은 작품들도 있다.
1. 거꾸로 가는 남자(Je ne suis pas homme facile)
장르 : 로맨틱 코미디
러닝 타임 : 1시간 38분
남성 우월주의자 주인공 다미앙은 어느 날 사고로 기절했다 눈을 뜬다. 그러자 여성이 지배적인 세상으로 바뀌어있다. 180도 변해버린 사회 분위기에 당황하던 다미앙은 본인의 옛날 모습과 꼭 닮은 작가 알렉산드라를 만나고, 그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질서에 순응하려 노력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능청스럽고, 자연스럽다. 특히 여성지배적인 세상에서 알렉산드라의 연기가 너무 찰떡이었다. 요즘 유튜브의 엄지훈을 보는 느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주제이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영화여서 한 번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2. 아이엠 히어(Je suis là)
장르 : 로맨틱 코미디
러닝 타임 : 1시간 37분
프랑스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 '스테판'은, 삶의 권태로움을 느끼던 와중 SNS에 직접 그린 그림을 올리는 한국 화가 '수'와 DM을 나누며 설렘을 느낀다. 그리고선 무작정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탄다. 하지만 공항으로 마중 나오겠다는 마지막 연락과 달리 수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스테판은 한국 인천공항에서 몇 박 며칠을 방황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낯익은 얼굴 배두나 배우가 등장한다. 외국인의 눈에 비치는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고, 프랑스인과 한국인 배우리는 어색한 조합을 한국이라는 배경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영화다. '수'가 공항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이유를 '눈치'라는 단어로 설명하는데, '눈치'는 프랑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에 스테판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 영화를 통해 윌리엄이 '눈치'라는 개념을 배워서 이제는 내 행동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3. 눈동자가 닮았다 (Il a déjà tes yeux)
장르 : 코미디
러닝 타임 : 1시간 34분
아이의 입양을 애타게 기다리던 아프리카계 프랑스 커플 폴과 살리는 드디어 단체로부터 아이를 입양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하지만 주인공 커플에게 오게 된 아이는 예상치 못한 백인 아이다. 평범하진 않은 가족의 모습에 세상 사람들, 경찰, 입양 담당자 심지어 그들의 부모 까지도 차별의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이미 부모가 될 준비를 갖췄고, 아이를 본인의 자식으로 품은 주인공 커플은 세상의 차별에 당당히 맞선다.
결말 장면에 우유를 먹이기 위해 병원에서 고군분투하며 아이에게 달려가는 커플의 모습을 보며, 아이 밥 걱정을 우선 하는 걸 보니 진짜 부모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아직 겪어야 할 차별들이 한가득 남았겠지만, 이 아이에게는 그 누구보다 완벽한 부모라는 생각이 든다.
4. Petites Mains
장르 : 코미디
러닝 타임 : 1시간 27분
럭셔리 호텔에 하우스 키퍼로 취업하게 된 에바는 화려한 호텔 뒤에 숨겨져 있던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을 경험한다. 방세를 지불하기 위해 일을 시작한 에바는 동료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그 내부의 구조적 불공평과 직원들의 불평등한 처우를 겪게 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 활동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한없이 개인적으로 보이던 프랑스인들도 이러한 불평등에는 연대해서 목소리를 낸다. 여행업계에서 일했던 나도 주변에 호텔이 많아 시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던데 이런 속사정이 있었구나를 이해 된다. 영화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위를 하는데, 특히 패션쇼 형식으로 즐겁게 시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5. La belle Etincelle
장르 : 드라마
러닝 타임 : 1시간 30분
자폐를 가진 아들 노에를 키우는 베르지니는 아들을 위해 무리하여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로 결심한다. 이 레스토랑의 특징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점. 그 시기 유명 셰프 필립은 괴팍한 언행이 문제가 되어 직업을 잃는다. 베르지니는 그에게 연락하여 새로 오픈할 레스토랑의 셰프를 부탁하고, 필립은 이를 수락한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지만, 그들의 방식대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실제 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현실감을 더하고, 영화에 배경에 영감을 준 '포용적 레스토랑'이 실제로 파리 15구에 운영 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