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15-250818
5월 초 윌리엄 집으로 초대장이 왔다. 초대장의 주인공은 모니크와 에흐베의 결혼. 모니크는 윌리엄 새엄마 에블린의 언니다. 모니크와 에흐베 모두 재혼인데, 그동안 사실혼 관계에 있다가 유산문제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결혼식은 8월 16일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결혼식은 모니크&에블린의 엄마 수잔이 계신 마시냑(Massignac)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그래서 8월 15일 블로아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마시냑으로 열심히 달려갔다.
프랑스에서는 결혼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시청에서 2-30분 정도의 민사혼을 올리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2-3일 정도의 축하 파티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한다. 다들 먼 걸음 해서 와주는데 2-30분만 식을 보고 가는 건 조금 아쉬울 것 같기도 하다. 우리도 하루 정도 일찍 도착해서 가족들을 만나 근황을 나누고 에르베와 모니크의 결혼을 미리 축하했다.
감사하게도 루디빈&줄리앙(모니크 아들 부부)의 이웃이 본인 집 별채를 에어비엔비로 운영하시는데, 우리가 가는 주에 그 별채를 쓰라고 빌려 주셨다. 들어가니 정갈하게 꾸며진 집. 브호깡에서 볼법한 골동품들로 예쁘게 꾸며진 집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나중에 나이 들어 은퇴하면, 브호깡에서 이렇게 물건 수집해서 인테리어 한 다음에 에어비엔비나 게스트 하우스 운영하고 싶다.
근데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2층 침실에서 자기에는 너무 더웠다. 그래서 1층 현관문을 잠깐 열어놓고 소파베드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밤에 웅웅 소리가 나기 시작함. 윌리엄은 2층에서 씻고 있었고 나는 옹? 하고 조용히 들어보니 이건 말벌 소리다.. 놀래서 2층으로 뛰어올라가 윌리엄한테 뭐 들어온 거 같다고 이르고 1층에 숨어있었음. 윌리엄이 다 씻고 와서 실체를 확인하니 말벌이 맞았다. 살충제도 없고 처치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윌리엄이 데오도란트를 들고 와서 막 뿌림. 근데 집 층고가 높아서 말벌 잡는 게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에 한 마리 더 들어옴. 원래는 밖으로 내보낼 작전이었는데 이러다가는 말벌 집이 될 것 같아서 현관문을 닫고 그냥 죽이기로 했다. 한 마리가 조명 갓 안으로 들어간 거 같아서 행주를 던지고 데오드란트를 뿌려서 겨우 한 마리는 처치했다. 근데 다른 한 마리가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 말벌 잡느라고 거의 2시간이 지난 상태라 그날 새벽은 그렇게 휴전이 됐다.
다음 날 아침 6시쯤, 벌이 웅웅 되는 소리를 들은 윌리엄이 거의 말벌 아저씨처럼 벌떡 일어나 다시 전투 모드다. 나는 아무 소리 못 들었는데, 어떻게 들은 거지..? 30분을 허우적대던 윌리엄이 나머지 한 마리도 잡았다. 마시냑 말벌 전쟁 종료. 벌 때문에 잠을 설쳐서 피곤했다.
그래도 9시쯤 기상해서 결혼식 갈 준비. 윌리엄도 나비넥타이까지 이쁘게 차려입었다.
우선 수잔 집으로 모여 다 같이 인사 나눈 후에, 결혼식을 올릴 시청으로 향했다. 5-60명은 되는 사람들이 모니크와 에르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프랑스에서의 결혼식은 시청에서 진행이 되는데, 우선 신랑&신부가 시청에 혼인신고 서류를 제출하면 결혼식 날짜와 시간이 배정된다. 당일 시청의 결혼 전용 홀에 결혼 당사자와 증인, 하객들이 모이고 시장이 주례를 보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시장만이 결혼을 성립시킬 수 있다고 한다. 꽤 바쁘겠는데..?). 시장은 결혼에 관한 조항을 낭독하고 결혼 의향을 물은 뒤, 서류에 서명을 한다. 이 둘의 결혼을 보증하는 증인은 신부 측은 에블린, 신랑 측은 장마르크가 담당했다.
그렇게 30분 정도의 절차가 진행됐고, 모니크와 에르베는 공식 부부가 되었다♡ 결혼 축하합니다.
12시쯤 결혼식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뒤풀이를 위해 다른 장소로 향했다.
뒤풀이 장소로 가니, 행사 전용으로 출장 서비스를 하는 전문 업체가 음식을 준비해 주셨다. 아페호로 준비된 멜론 퓌레와 까눌레, 굴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 멜론 퓌레가 진짜 맛있었다. 배 채우면 안 되는데 3잔이나 마셨다. 사과조각과 레몬즙이 올라간 굴도 신선하고 맛있었다.
본 식사로는 연어, 얇은 페이스트리에 아보카도와 새우가 올라간 핑거푸드, 푸와그라가 준비되어 있었다. 메인식사로는 브라운소스 곁들여진 닭구이와 감자 파이가 준비되었고, 마지막 디저트로는 초콜릿 케이크와 사과모양의 마지팬이 준비되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맛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었던 건 엉트레로 준비된 아보카도가 올라간 음식이었다.
본격적인 결혼 뒤풀이가 시작되고, 에르베가 테이블 한분 한분에 있는 분을 소개해주셨다. 영국, 우크레인, 그리고 한국에서 온 나까지 다양한 국적에서 온 사람들과 에르베가 브르타뉴에서 와서, 브르타뉴에서 온 하객들이 많았다.
그렇게 한창 뒤풀이가 진행됐는데, 이날 마시냑이 너무 더웠음. 거의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였는데 결국 아가들은 수영장에 퐁당 빠졌다. 나도 수영장에 가서 발 담그고 있었음. 그러다가 5시쯤에 별채로 돌아가서 한숨 자다 왔다.
한숨 자고 오니 행사 전문가가 와서 카드 마술이 한창이었다. 손님이 고른 카드가 마술사의 문신으로 새겨져 있기도 하고,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무튼 신기한 카드 마술의 향연이었다. 그러다가 꽁땅&다비드&호망하고 원반 던지기, 프리스비를 했다. 열심히 먹고 뛰니깐 재밌었음.
프리스비 하다 보니 해가지고, 저녁 타임. 저녁으로 준비된 메뉴는 브르타뉴 스타일의 걀렛이였는데 인생 걀렛이었다. 마시냑에는 소가 많은데 그 소로 만든 소시지와 치즈, 케첩을 올려 둘둘 말아먹는 브르타뉴 스타일의 걀렛은 간단하지만 담백해서 맛있었다. 곁들여 먹는 사이다도 맛있었다.
디저트로는 프랑스 여름에 빠질 수 없는 납작 복숭아. 과즙이 가득하고 당도가 높아 맛있다. 우리나라 물복과 딱복의 중간 정도의 식감이다.
새벽 1시가 다 돼가는 결혼식의 마지막은 댄스파티. 댄스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머리, 어깨, 허리, 손뼉을 치는 스페인 댄스곡 마카레나를 시작으로, 멕시코 전통노래인 라 쿠카라차(La Cucaracha)에 맞춰서 기차를 만들어 하객 전부가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일열로 줄지어 앉아 그 위로 사람을 보내는 르 트항 휴만(Le train humain)에도 참여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을 믿고 몸을 맡겨 그 위로 지나가는 놀이인데, 나도 셀리아의 응원에 힘입어 지나갔다. 생각보다 재밌었음 ㅎㅎ. 흥쟁이 셀리아 덕분에 마지막까지 결혼식 뒤풀이를 재밌게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