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운전 환경에서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익혀야 한다
파리 시내에서 운전을 하고 다닌다고 하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파리 시내에서 운전한다고!?? 안 무서워!?!
파리는 극악의 운전 난이도를 자랑한다.
파리에서 운전하는 것은 운전이 아니라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
좁은 도로, 복잡하게 얽힌 일방통행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경적 소리와 적록색맹이 아닐까 의심이 드는 보행자들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몇 년부터는 자전거 도로도 많이 생겨서 갑자기 자전거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여기에 교통체증까지 더해지면, 출퇴근 시간에는 몇백 미터를 이동하는 데도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파리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선호한다. 나도 이전에는 항상 지하철을 타고 다녔으나, 아이와 함께 할 때면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하고는 한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후로는 한동안 파리까지 운전해서 갈 일이 없었는데, 얼마 전에 근 1년 만에 파리 시내 운전을 하면서 다시 뼈저리게 느꼈다.
초보자에겐 확실히 힘들겠다
파리의 운전 문화는 초보 운전자에게 가혹하다. 신호를 무시하는 오토바이, 언제 어디서든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비좁은 도로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무법자들 운전자들이 넘쳐난다. 한국에서 운전하던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파리의 운전 환경에서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익혀야 한다.
파리에는 차선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충 감으로 몇 차선인지 구분할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 2개 차선인 것 같은데 3대의 차가 나란히 달리는 기적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차선이 있더라도 3차선이 갑자기 2차선으로 변경되는 것도 흔하고, 파리 길은 또 왜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좁은지. 왜 파리에서 소형차가 인기가 많은지는 하루, 아니 반나절만 운전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특히나 파리에서 가장 악명 높은 회전교차로 'Rond-point de l'Étoile (홍뿌앙 드 레뚜알)'로 말할 것 같으면, 개선문을 둘러싼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운전코스로, 무려 12개의 도로가 연결되는 매우 큰 로터리지만 차선이 없어서 교통의 카오스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운전을 막 시작했을 땐 이곳을 가기가 그렇게 무서워서 최대한 멀리 삥 돌아가곤 했다.
하루는 동료의 차를 얻어 타면서 개선문 회전 교차로를 지나간 적이 있었다.
"난 이제 운전 어느 정도 하겠는데, 여기는 도저히 차로 못 오겠어."
"힘들어 보이는데 알고 보면 쉬워. 방법 알려줄까?"
"뭔데?"
일단 들어가서 앞만 보고 네가 가야 하는 길로 쭉 가. 절대 멈추지 말고 머뭇거리지도 마. 여기는 교통법규 생각하지 말고 니 직감을 믿어.
그때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하고 넘겼지만, 지금의 나는 저 조언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문제가 생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가슴에 새겨둬야 할 '파리지앵의 운전법'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