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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소모품 정도로 여겨라

‘내 차는 범퍼카다’라는 마인드를 갖추자

by 마담 히유

앞선 글에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파리 시내 운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파리 시내에서 운전할 때면, 좁디좁은 1 차선 같은 2차선 도로에서 마주 오는 차와 스칠 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가야 하고, 삐뚤빼뚤 주차된 차들 사이를 빠져나갈 때는 종종 사이드미러를 접어야 한다.


게다가 다른 운전자들이 내 차를 얼마나 조심해 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 운전하다 보면 한국사람들은 충격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여기엔 아픈(?) 차들이 많기 때문. 그런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 차를 아껴줄까?

차를 아낀다면, 그런 차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건 더러워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피하는 게 맞다.)

Capture d'écran 2025-03-20 234001.png 파리에서 종종 보이는 '아픈 차'. 이게 진짜 유러피안 스타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느 대도시나 그렇듯 파리에도 주차난이 심각한데, 길이 좁고 일방통행이 많은 데다가

건축한 지 100년, 200년 넘은 오래된 건물들에는 주차장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파리에서 차를 없애고자 하는 파리 시장의 야망덕에 파리 시내에는 주차할 자리가 더더욱 없어지고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파리 길가는 이미 차로 가득 찬 상태이며, 운 좋게 빈 공간을 발견하더라도 그곳이 합법적인 주차 구역인지 확인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심지어 불법 주차 단속이 엄격한 편이라서, 눈 깜짝하는 새에 과태료를 물거나 견인을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파리 시내에서 한 번에 주차할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면 그날 운은 다 썼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차 자리를 찾아 30분을 약속장소에서 삥삥 도는 것은 일상다반사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돌다가 주차할 곳을 찾았다면 그곳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차의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좁아도 말이다.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앞차를 쿵, 뒤차를 쿵, 앞뒤 차를 밀어가며 주차해도 하는 수 없다.

이곳이 내 차가 머무를 자리다.


2549109016_3fe0e3f4bf_b.jpg 어떻게 들어왔는지, 어떻게 나갈건지 묻지마라. 당신이 생각하는 그대로다.




물론 파리 시내에 지하 유료 주차장도 몇몇 있지만, 그마저도 만원인 경우가 허다하고, 자리가 좁아서 큰 차일 경우에는 주차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 직장동료 중 하나가 본인의 자동차를 굉장히 아꼈는데, 가끔 파리 시내로 외근을 나갈 때면 꼭 지하 유료주차장에 가서 자리를 두 개나(!) 차지하는 민폐 주차를 했더랬다.


"이렇게 주차해도 돼?"

"자리 좁잖아. 내 차는 절대 못 건드리게 할 거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주차하면 보복한다고 차 일부러 긁을 것 같은데...'


실제로 얼마 뒤 동료는 누가 차를 긁고 튀었다며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욕을 내뱉었다.





실제로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보면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한 차를 찾기가 어렵다.

아침에 주차해 둔 차를 저녁에 다시 보러 가면, 어디선가 생긴 새 스크래치나 살짝 눌린 범퍼 자국 하나쯤은 발견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곳이 파리다.


처음 당할 땐 속이 상하고 분노가 치밀지만 (나도 몇 번을 복수(?)할까 고민했더랬다), 몇 번 겪고 나면 '아, 또 하나 생겼네. 나쁜 쉐키.' 하며 체념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소위 '문콕'으로도 보험처리를 하거나 합의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것은 바라지 말자. 블랙박스도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증거자료로 쓰기 복잡하다) 사실 이 정도의 경미한 접촉은 보험회사들도 '귀찮아서' 신경도 안 쓴다.



이러다 보니 파리에서 운전을 할 계획이라면, 내 차를 아끼는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만약 파리에 살면서 운전을 해야 한다면, 이 말을 머릿속에 꼭 새겨놓자.


내 차는 범퍼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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