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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와인 한 잔 정도는 괜찮다

혹은... 두 잔?

by 마담 히유

나는 현재 한 일본 대기업의 프랑스 법인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봤자 회사 내에는 일본인이 딱 한 명이고, 다른 회사에서도 근무해 본 내가 봤을 땐, 지금 회사는 일본 보다는 프랑스 회사 문화에 훨씬 더 가깝다.


심지어 일본 본사보다는 유럽지부 동료들과 훨씬 더 자주 일을 하곤 하지만, 아주 가끔 일본 본사에서 '일본 물이 덜 빠진' 출장자들이 오곤 한다.


그렇게 출장자가 오면 으레 같이 점심 회식을 하곤 하는데, 다들 "헤에에에~!?" 하면서 놀라는 부분은 역시,


회사 점심시간에 술을 마신다는 것.




프랑스인들에게 와인은 식사의 일부로 여겨지며, '술'이라기보다는 '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동료들과 점심식사하면서 와인 한 잔이나 맥주 한 잔 정도는 정말 '당연하게' 다들 마신다.




물론 운전이나 기계 등, 집중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는 직업(택시, 배달, 공장 근로자 등) 은 점심시간에 술 마시는 것이 당연히 금지지만, 책상에 앉아서 하는 사무직이면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 한해서' 점심시간 음주가 허용된다.



심지어 프랑스 노동법(Code du travail)에서도 공식적으로 (어느 정도는) 술을 허용하고 있다.

노동법 R4228-20 조항에 따르면, 맥주, 와인, 시드르(Cidre, 사과주) 같은 도수가 낮은 술은 직장에서 허용되지만 위스키, 보드카, 럼, 테킬라 등 도수가 높은 술은 금지다.


하지만 도수 높은 술은 고사하고, 2-3도에 불과한 시드르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술이 약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법이 있든 없든 전혀 상관이 없다.


나는 그저 홀로 외로이 외칠뿐이다.


"Un Sprite s'il-vous-plaît (스프라이트 하나 주세요.)"

하지만 내 말을 잘 못 들었지만 '다들 술 마시는데 혼자 스프라이트를 마실 리가 없지'라고 넘겨짚은 한 웨이터가 내게 가져다준 것은...


이탈리아 술 "Spritz 스프리츠" 한 잔.


그때 실감했다.

아. 점심 반주는 진짜 프랑스 문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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