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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일라KAYLA Dec 23. 2016

나는 또 흔들린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흔들리는 게 더 좋을 수 도 있어. 

꽤 많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흔들리는구나. 

나의 '혼란스러움'은, 그동안의 수많은 부정적인 말들에서 출발한다. 

"30대 후반이나 되어야 조금 여유로워질 것이다, 이혼할 팔자, 자식복이 없을 거다, 외국생활을 잘 못할 팔자다."

 그놈의 팔자...

이것을 끊을 수 있는 건, 내 '결단'인데, 이걸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이마저도 모두 팔자인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내가 지금 그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

내 어머니가 27세에 결혼을 하셨는데, 나도 딱 그 나이에 결혼할 수 있겠다는 것. 

내가 엄마가 결혼한 나이에 결혼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엄마=나라는 공식이 생기는 걸까?

자꾸 대물림 되는 인생을 사는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 

내가 선택한 남자는 내 아버지를 닮았다는 것.

내 부모의 결혼생활은 과연 내가 그리던 생활이었는가?

부모와 나, 평행이론처럼 느껴지는..... 뭔가 대를 잇는 것 같은 이 느낌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여기, 프랑스에서, 어디에도 정착되지 못한 채로 살기 위해 그 많은 공부를 했던가?

나는 여기에서 과연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음식장사를 하고 싶은데 이것을 바라볼 타인의 시선이 무섭다는 것. 


나와의 미래를 확답받고 싶은 이에게, 나의 이런 흔들림을 고백했다. 

나는 당신을 쉬이 선택하기 어렵다. 미안하지만 이것이 나의 마음이다. 

나는 내 미래를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할 수 없다. 


소소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렇게 살고 있으니 또 흔들린다. 안정권에 접어드니 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나는 그의 말처럼, 행복해지기가 어려운 사람일지 모르겠다. 

반면에 그는, 나와 다른 게 작은 거에도 기뻐하고 

가끔 나는 그런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이게 뭐라고 웃지? 이게 뭐라고 행복하다고 하지? 이게 뭐라고 만족을 하지? 


내가 요즘 들은 생각은 이렇다. 

1. 내가 학교 다닐 때 제일 재밌던 건, 친일문학이랑 우리나라 민속사. 

구전설화 속 숨겨진 의미들! 이거를 하나 둘 모아서 프랑스어로 번역해서 만들어두고 싶다. 

2. 김밥집을 하고 싶다. 한식집을 하고 싶다. 

3.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가이드를 하고 싶다. 그냥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왜 이걸 짓게 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루이 14세의 성격은 어땠고, 그의 인생을 추청컨데, 심리는 어떠했고 등등..... 학교에서 배운 이야기를 섞어서! 문화해설사처럼! 

4. 그리고 유튜브에 그냥 내 하루 일상을 담아서 올리는 것. 기록용. 이건 예전부터 마음먹었던 것이었지만 실행하기 쉽지 않았다. 

5. 2월에 한국 들어가면 많은 일들이 있을 거 같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쉽게 흔들리겠지. 그래도 '나'는 잃지 말자 다짐한다. 


오늘의 배경음악 : 이소라_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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