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가는구나
9월 30일, 내일 아침이면 학교를 간다. 어학원 등록은 8월에 했는데, 학기 시작은 9월 26일부터. 사흘 전 레벨테스트를 치렀고 드디어 내일이면 테스트 결과와 반배정을 받게 된다. 구글링의 결과, 오전반/오후반 선택이 된다고 하던데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다. 되도록이면 아침반에서 공부하고 싶은데…
이번에 등록한 학생은 약 칠십 명가량 거의 대륙별 학생들이 다 모인 듯하다.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정말 전 세계에서 모였다. 일본인 할아버지도 계셨고 한국애들은 열 세명이나 된다.
레벨테스트는 총 4단계로 각 단계에는 지문 독해, 문법 문제, 작문 이렇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있다. 차례대로 풀어야 하고 중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시험시간은 1시간 45분 정도. 재밌던 건 작문이었다.
1단계 : 당신의 친구에 대해 적어보세요 (직업, 식습관, 취향, 여가생활 등등)
2단계 : 당신의 지난 생일에 대해 적어보세요
3단계 : 오늘날 우리에게 신문 읽기는 어떤 의미인가, 당신의 생각을 적으시오
4단계 : 최근 들어 점점 이미지(사진 영상 등)가 글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 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만의 정의(?)를 내리고, 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지문 독해니 문법은 아는 대로 다 풀었고, 작문에서는 할 말은 많은데 어떻게 글의 구조를 짜야할지, 어떻게 적어야 할지가 어려웠다.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수사 구문도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동안 적어놓고 공부했던 단어들 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기초 단어들만 떠올랐으며… 오죽하면….
’ 뇌가 단순해질 수 있다’를 적고 싶었는데 ‘단순히 하다, 간단히 하다’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뇌가 미니어처가 될 수 있다.”
고 적었다.
채점하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웃었을까? 뇌가 미니어처가 된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참말로 뿌듯했다. 한편으론 뿌듯해도 되는지 알쏭달쏭하기도 했다.
하나. 일단 문제를 읽고 문제가 뭘 원하는지 파악이 가능했다는 것.
둘. 그래도 뭘 적어야겠다 생각을 했다는 것
셋. 할 수 있는 한 포기하지 않고 다 적었다는 것
넷. 끝까지 문제를 다 풀었다는 것.
이제 레벨에 따라 여섯 개의 반으로 나뉜다고 한다. 완전 기초반 , A1, A2, B1 / B2, C1.
B2부터는 어학원의 주당 학습시간이 12시간으로 짧아지는데 대신 부르고뉴 대학교에서 일반 학생들처럼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강의는 8개.
경제-기초 경제의 몇 가지 요소에 대하여
19세기 프랑스 예술사
1950년대까지의 프랑스 노래(샹송)
철학-미의 기준과 비평에 대하여
문학 1-16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프랑스 문학사
문학 2-16~18세기 프랑스 문학 산책하기(텍스트 위주)
정치학-프랑스혁명 후 프랑스의 창설과 5 공화국
현대사 - 프랑스의 30년, 1929년의 위기와 세계 2차 대전
수강은 학생 재량으로 선택 가능하나! 재학생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학기말 시험을 치르게 된다. 기말고사 후 패스하게 되면 과목별로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근데 과목들의 무게가 어마 무시하다.
일단 내가 레벨테스트를 무사히 치렀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어떤 반에 들어갈지 모르지만, 반이 결정 나고 나서 걱정거리를 만들어도 돼.
지금은 시험을 치른 나에게 칭찬해주고 보듬어주면 좋겠어.
(사진_나에게 주는 선물. 3유로 장미)
'어떤 반에 들어가게 될까, 어떤 애들이 있을까, 누구랑 같은 반이 될까? 한국애들은 있을까?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하나?' 이 질문들은 현재가 아니야.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지 말자. 현재에 집중하자.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집중하자.
*다음번엔 우리 동네 도서관이나 상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봐야겠다 :)
하루에 일기 하나
2016년 9월 29일 오백 년이 넘은 시립도서관에서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