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올리기 프로젝트
어제부터 새로 시작한 나의 일과는, 아침에 산책하기!
프랑스에 오고나서부터는 이상하게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진다. 새벽6시나 6시 반이면 일어나는데, 그 시간에 다시 잠드는 게 아까워서 공부를 하곤했다. 내자신과 약속한 아침일정은 프랑스어 문법책 두 페이지 풀기, 프랑스어 동사 두 개를 선택해서 시제별 동사변화를 적고 예문을 만들어보는 것. 이 두가지였는데, 이제 여기에 산책을 더하기로 했다.
어제부터 책 <자존감 수업> (윤홍균 저자)을 읽고 있는데, 우울함을 이겨내고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서는 걷고, 표정을 짓고, 혼잣말을 하라(p.218) 고 씌여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건, 아침에 산책을 하면서 나 자신을 토닥이며, 혼잣말로 "괜찮다"말해주는 것!
불안한 감정과 부정적인 생각들은 내 에너지들을 모두 뇌로 올려보내서 생각이 생각을 만들고 끝이 안 나게 되는 것이라고 하니, 육체활동을 하면서 어느정도 그 템포를 늦춰주고 에너지를 재분배해주는 셈이다.
오늘은 8시 반쯤 집을 나섰다. 제일 기분이 좋은 순간은 : 현관문을 나와 건물 복도의 쿰쿰한 냄새를 맡다가 정문을 열고 나갔을 때 콧 속으로 들어오는 차가운(상쾌하다고 하기엔 춥다)공기! 몸이 오슬오슬 떨리다가도 햇살 아래에서는 금새 따듯해지는데. 이 때가 제일 좋다.
**덧붙임:우리동네 사람들은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편인 것 같다. 아침 일곱 시면 대부분의 카페들이 문을 연다. 쓰레기차와 도로 물청소차가 각각 아침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지 움직이고 청소차가 빠질 때 쯤 식당들은 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한다. 길가의 상점들은 여덟시 반이면 장사를 시작한다.
분주한 동네를 뒤로하고 일 이분 정도 걸었을까? 큰 대로가 나오고 손강이 눈 앞에 보인다. 햇살에 반짝반짝 잔잔한 물결이 보인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괜찮아"
내가 나를 감싸안으며 혼잣말을 툭-.
그 순간 눈물이 차오르며 먹먹했다.
"정말 괜찮을까?"
"괜찮아. 너만 불안한 거 아니야. 다들 혼란스러운 과정을 겪어. 그런데...그래도, 괜찮아."
"그래, 여기까지 온 것도 훌륭해."
내가 나에게 말을 걸고, 내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가 나를 인정해주고, 내가 나를 받아주니 이상하게 울컥한다. 나를 토닥토닥하는 일... .
나를 지나치던 사람들은 ' 저 동양여자 혼자 왜저러나?' 했을테지만, 막상 이런 생각을 하며 나를 그렇게 주의깊게 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이렇게 산책을 하고 집에 오니 어느덧 열 시다.
오늘 하루동안 만보를 걸었다. 걸으면서 특별히 한 일은 없었다. 별다른 걱정도 안 했다. 그냥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구나. 이렇게 걷다보니 몰랐던 동네도 가보고, 작은 강이 흐르고 큰 나무들이 있구나, 조깅하기 참 좋겠다(이제 곧 겨울인데-_-) 이런 생각을 했다. 아침에 공부하는 것도 좋고 도서관에 가는 것도 좋은데 그거 외에 이렇게 산책하는 것도 참 괜찮은 거구나 알았다.
조만간 디종으로 어학원 다녀온 이야기를 적어야겠다. 잊기 전에 남겨두어야지.
2016년 9월28일 저녁이 오기 전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