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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일라KAYLA Sep 29. 2016

AMOR FATI : 현재를 사랑하라

프랑스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흔히들 "사랑, 낭만, 젊음"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떠올릴 것 같다. 

워홀러(일을 안 하니 이런 타이틀은 좀 부적절함)이자 아시아인으로 여기에서 4개월 있어본 바, 별 거 없다. 

여기 애들도 죽자고 싸우기도 하고 낭만보다 현실적인 애들이 더 많으며, 여기 애들은 이벤트 같은 거 잘 없다. 한국 남자들이 잘 하는 깜짝 이벤트라던지 촛불 켜놓고 고백하고 이런 거 본 적 한 번도 없다. 꽃도 대부분 여자들이 산다. 꽃병에 두려고. 

그저 저녁때 같이 산책하고 밥 먹고 와인 마시고? 이 정도가 다라고 해야 할까?(이게 낭만인가?)

젊음? 없다. 이 동네는 중년부부들과 노인들이 많고 중고등학생들이 제법 있다.

 파리는 젊은 애들이 많지만 그중 진짜 프렌치는 반은 되려나? 

오히려 낭만과 사랑은 여기 노인들에게서 자주 보인다. 

풀메이크업에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와, 멋을 낸 듯 안 낸 듯 깔끔하게 차려입은 할아버지.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거리를 거니는 커플들이 거리에 반이다. 

노인들은 잠이 없다고 했던가? 아침 새벽부터 문 연 카페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젊은이들의 첫사랑과 노인들의 끝사랑. 

둘 다 마지막 사랑일 거라 생각하며 제 모든 걸 불태운다는 공통점이 있구나....


얼마 전 마트에 갔을 때의 일이다. 계산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내 뒤에 키가 작은 할머니가 계셨다. 열심히 장바구니에서 물건을 꺼내 계산대 위로 올리고 계셨는데 쓱 쳐다보니, 전부 다 유기농 BIO 제품들이었다. 


"할머니, 다 유기농만 사셨네요?"


그냥 하루 종일 말 못 한 게 답답해서 툭- 던진 말이었는데, 할머니는 끊임없이 말을 하시기 시작했다. 한 십 분은 혼자서 말씀하신듯하다. 당연히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고 '아 그래요? 정말요? 그렇군요, 좋네요' 이 정도의 대답만 상투적으론 뱉어내고 있었다. 그러다 이 한 구절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가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어? 가기 전에 좋은 거 많이 먹고 가야지. 그리고 우리 손주들도 오면 좋은 걸로 먹여야지. 그래서 다 유기농 제품으로 사는 거야."


그래, 살아야 얼마나 사냐? 우리가 사랑해봐야 얼마나 사랑하고 갈 수 있을까?

네가 나의 사랑일지, 내가 너의 사랑이었을지는 갈 때 되면 알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죽기 직전에야 떠오르는 것들은 진짜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 

죽음 앞에 순서 없고 인생은 한 번뿐이지 않던가. 


지금 나는 여기 프랑스에 있지만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한국으로 갈지, 미국으로 갈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러니 현재에 집중해야지. 

지금이라도 좋은 거 많이 먹고, 좋은 거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많이 사랑하고 많이 베풀고. 


지난달 동생이 와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 

그 애가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언제 우리가 같이 여행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더 잘해줄걸. 

그냥 식당에서 사 먹어도 될 것을 돈을 아끼면 얼마나 아낄 거라고 집에서만 해 먹었는지...

여행지에서 좋은 것도 먹어볼 것을 맨날 뷔페만 찾아다니고.

지금 생각해보니 생각이 참 짧았다. 미안하다.


이렇게 후회하며 배우고 깨닫는 게 인생이겠지...?

오늘의 하고픈 말은 AMOR FATI! : 현재를 사랑하고 살아가자. 


오늘도 좋은 하루일 겁니다 :) 힘냅시다.


2016년 9월27일 늦은 밤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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