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일라KAYLA Oct 02. 2016

이슬비가 내리는 시월

하루하루 일기 쓰기_수면제부터 노인들의 연금시위까지 

프랑스에서 최고의 수면제 발견! Donormyl 도노흐밀! 

한 통에 2유로. 한 알을 반으로 쪼개서 먹고 누우니, 눈뜨니까 아침. 

근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은 별로였다. 잠을 잘 잔 것 같지만, 잔기운이 오래간다고 해야 할까? 

다음 주 금, 토, 일은 그르노블에 가볼 예정이다. 혼자서! 

그르노블은 항상 가보고 싶던 곳 중 하나였다. 알프스 산맥도 있고,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서 공기도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전경을 보면 가슴이 탁 트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보통 주말엔 옆사람과 시간을 같이 보내는 편인데, 수영장에 가거나 인근 벼룩시장을 돌아다니곤 했다. 근데 이번 주말엔 각자 일정대로 움직이기로 했고, 옆사람은 할머니는 보러 간다 하고, 나는 그르노블로 여행을 가야지! 금요일 디종에서 학교가 끝나면 디종 역에서 기차 타고 바로 넘어갈 예정. 도착하면 어둑어둑할 테니 대충 끼니 때우고 토요일에 시내 구경을 해야지. 일요일은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으니까.. 토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다녀온 소모임 엑스포가 생각난다. 8월 말쯤이었는데 샬롱에 있는 거의 모든 동호회(소모임)들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엑스포가 열렸었다. 신규회원 가입도 받고, 자신들도 알리고. 각종 운동(테니스, 스킨스쿠버, 스키, 유도, 쿵후, 크라브마가 등등), 길고양이 구조, 동물협회, 아쿠아리움협회, 여성 로터리, 뜨개질협회, 문맹퇴치협회(편지 쓰기, 발음 교정 등) 등등 약 350개의 단체들이 참여했다. 엑스포 두 동을 빌려서 행사를 열었었는데 동네 사람들은 다 온 듯하다. 그때는 왜 이런 걸 하나 그냥 좀 의아했는데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여름에 프랑스 사람들은 여기저기 바캉스 다니느라 바쁘다. 일반 상점 및 식당들도 한 달씩 바캉스를 가는 편이라 서로들 각개전투하는 편이고 놀러왔다가 헛탕치는 관광객도 많다! ㄱ러나 겨울이 되면 실내 활동을 많이 하게 되기 마련! 그래서 여름의 끝자락에 이런 엑스포를 개최해 신규회원을 받고 겨울에 함께 모여서 할 수 있는 외부활동을 만드는 것 같았다. 


디종에 있는 학교에도 다양한 외부활동 등이 있다. 체육관 자체도 엄청 큰데 그 안에 별별 프로그램이 다 있다. 여름 겨울 스포츠도 다 있고(스킨스쿠버, 수영, 스키, 스노보드 등등) 테니스, 배드민턴, 줌바, 필라테스, 복싱, 유도, 사이클, 웨이트 트레이닝, 살사댄스, 힙합댄스 등등 근데 건강검진 서가 있어야 가입을 할 수 있고 연회비는 20유로. 그 후에 모든 활동은 자율적으로 할 수 있으나 부가적인 것은 본인이 챙겨야 한다. 수건, 실내화, 테니스 라켓 등등...


내가 다니던 대학교에는 좋은 체육시설이 있었지만 체육 관련 학생에게만 오픈해줬었는데 여기는 너무 다른 느낌. 이를테면, 아이슬란드에는 동네마다 수영장이나 온천이 있고, 미국에는 일정 쿼티마다 농구장이 있듯이, 멀리 보는 사회 시스템이랄까? 단순히 대학교 자체 프로그램이 좋은 거 일수도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도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활동적으로 움직이면서 건강을 챙기면 미래에 연금이나 건강보험으로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구조라 느껴졌다. 


엊그제 동네에서는 연금 시위가 있었다. 

동네 노년층의 연금시위가 열렸던 9월29일 

시위대 앞에 경찰차가 선두에 나서서 도로를 터주고, 시위대를 보호해주고 있었고... 음악 소리는 크지만 아무런 구호도 들리지 않아 보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행진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과격시위와는 너무나 다르던 시위였다..... 시위의 주목적은, 


하나. 보다 나는 연금 서비스를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고(국가뿐 아니라 샬롱 시에서도)

둘. 이렇게 일자리가 줄어들 줄은 몰랐으며

셋. 그런데 마냥 연금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고, 연금 받는 나이도 올라갔고, 액수는 줄어들고. 

넷. 늙어서 이렇게 살기 더 힘들다! 


 그러고 나서 우리 옆 건물에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공정무역 상점이 있다. 거의 봉사직으로 여섯 명의 할머니가 돌아가면서 가게를 보는데, 가서 이 주제를 던졌더니 다들 열성적으로 본인 의견을 말하시는데 

다 알아들을 수 없어 슬펐지만... 이렇게 살기 힘들다, 시에서 아무런 것도 하지 않는다, 연금이 적다, 연금 받는 나이가 더 올라갔는데 그러면 그 사이에 우리는 뭘 해야 하느냐, 마땅한 직장도 없다, 예컨대 공공근로 같은걸 말하는듯했다. 


나중에 심심하면 가게 찾아가서 또 물어봐야겠다.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그러면서 무슨 아홉 개의 단체가 있다고 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시위대에 있던 선전지(?) 할머니가 나눠준 포스터가 있었는데 그거 번역한다면서 깜빡했는데 찾질 못했다. 


이 작고 아담한 동네에서 목격한 첫 번째 시위여서 그런가 더 알고 싶은 게 많아진다. 

오늘은 브런치에 주절주절 많이 떠드는 느낌이다. 


2016년 10월 1일 

시월의 첫날 밤이 가기 전 오늘을 적는다.



작가의 이전글 디종 생활_나의 레벨은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