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집사'라는 말이 있다. 사정상 고양이를 키우지는 못하지만 콘텐츠로 고양이를 접하는 사람들이다. 고양이 카페에도 가입하고 언젠가는 '묘연'이라는 걸 만나 집사가 될 것을 꿈꾸는.
그런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영화가 나왔다.
일단 포스터만으로도 "어머, 이 영화는 꼭 봐야 해!"라는 마음이 든다. 왜? 고양이는 귀여우니까.
나 역시 고양이는 키우지 못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도 #고양이 해시태그는 팔로우 중이다. 궁금하면 당신도 한번 팔로우해보시라. 세상에 그렇게 귀여운 고양이가 많은 줄 알게 될 것이다. 발바닥의 분홍 젤리를 만지지 못해도, 내 무릎에서 갸르릉 소리를 내지 않아도 고양이는 충분히 귀엽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첫사랑 고양이와 닮은 마지막 고양이와의 여행
주인공은 어릴 때 키우던 고양이와 사정상 헤어지고스트릿 출신 나나 사마(이분이 주인공 냥이시다)를 돌보게 된다. 하지만 무슨 사정인지 초반부터 나나를 맡길 곳을 찾아다닌다.
알고 보니 주인공 사토루는 시한부 인생. 세상을 떠난 후 고양이를 맡아줄 사람을 찾고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어긋난다. 그러다 사토루의 어린 시절도, 그를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사토루를 사랑해주었던 부모님은 사고로 사망, 싱글인 이모가 사토루를 맡아 키워줬다. 나중에 큰 비밀이 나오는데 사실 부모님은 친부모가 아니었다. 판사인 이모가 맡았던 사건으로 남겨진 아이를 입양한 것이다.
일반적인 눈으로 보면 부침이 많은 주인공의 인생이다. 친부모는 아동학대, 양부모는 어릴 때 사고사, 유일한 양육자인 이모는 직업상 전근이 잦아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다 이제는 시한부 인생이라니...
하지만 사토루는 너무 해맑다.
첫사랑이 친구와 결혼을 해도, 때마다 전학을 다녀도, 소중한 고양이와 이별을 해도 해맑다.
이런 고양이와 함께라면, 늘 행복하겠지
끝까지 함께할 것만 같던 사토루와 나나는 사토루의 입원으로 헤어지게 된다. 물론 고양이를 처음 키워보는 이모가 나나를 맡게 되지만, 나나는 사토루를 보기 위해 다시 길냥이 생활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
사실 이 영화 관람 직후에는 고양이 비중이 의외로 적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지나 보니 고양이 탐구생활이 아니니 충분한 듯.
다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는 원작 소설 대비해 그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은 듯싶다. 고양이가 귀여워서 계속 심장이 두근거리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