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중간 리뷰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이병헌. 사생활에 대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언제나 그랬다. "연기로는 이병헌을 비난할 수 없다." 나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양한 역할을 맡았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서는 만담꾼과 왕을 넘나들며 1인 2역을 훌륭하게 해 냈다. 분량의 과반을 차지하는 만담꾼 하선일 때도, 항상 생명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왕일 때도 이병헌은 정말 완벽하게 그 배역이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연기다.
바로 그 영화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왕이 된 남자>가 이제 5회를 앞두고 있다. 예고편을 볼 때마다 '리메이크해서 얼마나 재미있을까' 걱정 반, 출연진들이 대부분 '믿고 보는' 배우들이라 기대 반이었던 드라마다.
총 16부작 예정인 이 드라마의 매력포인트는 이런 것들이다...
* 4회까지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깨끗이 잊게 해주는 주연들
예고편에서 눈에 확 띈 배우는 역시 주연 여진구다.
내가 여진구를 처음 본 것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역시 아역으로 유명한 김유정과 주인공의 아역을 맡아 화제였다. 드라마를 보던 중 원작 소설을 찾아 읽게 됐을 만큼 재밌었는데 아쉽게도 성인배우로 바뀌면서 초반에는 약간의 이질감이 있었다. 당시 16살인데도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대선배인 이병헌과 여러모로 비교될 것이 분명한데도 이 역할을 받아들인 건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걸까. 이제 4회를 마쳤지만 이병헌이 연기한 만담꾼 하선과는 완전히 다른 광대 하선을 연기 중이다. 얼떨결에 맡게 된 '왕'이라는 역할을 겉으로는 여유롭게, 속으로는 떨면서 수행하는 것은 마찬가지... 하나 두 배우의 매력은 완전히 다르다. 난 1회 만에 이병헌이 연기한 광해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도승지 이규 역인 김상경도 인생 캐릭터를 또 하나 추가한 듯하다. 영화에서는 류승룡이 치밀하면서도 아우라 있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김상경 역시 1회에서 "나 이외의 도승지는 잊으라!" 하는 것 같다. 워낙 뛰어난 배우라 믿고 보는 편인데 여기서는 얼굴까지 멋지고... 4회 마지막에서 여진구에게 칼을 꽂는 연기는 그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중전 소운 역의 이세영. 그녀를 처음 본 건 MBC <대장금>의 금영 아역이었다. 워낙 장편이다 보니 초기 설정과 뒤를 비교하면 허점도 많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요리 천재 금영 역할을 했던 이세영은 기억에 남는다. 그런 그녀가 정말 잘 자랐다고 생각한 드라마가 KBS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다. 드라마 자체는 KBS 주말드라마답게 전형적인 내용이지만 난 거기서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세영을 발견했다. 사실 내용은 크게 관심 없고 '아츄 커플'이라 불렸던 이세영과 현우가 나올 때가 정말 좋았다.
이번에는 사극. 이렇게 아름답고 단아한 중전이 또 있다니! 여진구와도 너무 잘 어울려서 그 자체로 그림이다. 특히 3회, 4회의 다리 위 장면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역시 영화의 한효주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배경음악의 힘
Mnet <위키드(2016)>에서 모두를 사로잡은 소년 가수 오연준이 OST를 불렀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s3hnXxqJRI
하선과 중전이 같이 나올 때마다 나오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정말 애절하다. 드라마에서 나온 버전과 그나마 비슷한 것으로 골라봤는데, 이 곡이 이렇게 슬프면서 아름다운 곡인지 몰랐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pA0l2WB86E
내일(월)이면 5회가 방송된다.
다 아는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보여주는 배우와 제작진이 5회에서는 또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
리메이크하길 잘한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