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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Jun 23. 2019

오늘도 식당 앞에서 망설인다

왜, 유독 먹기 전에 더 고민을 할까

무엇이든 구입하기 전에는 고민이 많다. 작게는 식사 후 카페에서 음료를 고를 때부터, 자동차나 주택처럼 덩치 큰 것을 고르는 것 까지. 특히 취향에 맞는 것을 어느 정도 골라낸 후 최종 선택 직전이 가장 결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큰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들은 당연히 깊이 고민하고 많이 망설여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한 번 지출하면 다시 구입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에 그렇다.


나는 생각보다 음식을 고를 때 많은 시간을 들인다. 왜 그럴까? 처음엔 음식에 관심이 많고 먹을 것을 좋아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만큼 좋아하는 책이나 음악을 골라 들을땐 그만큼의 고민은 하지 않는다. '취미'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니는 것도 꽤 좋아하는데 이 역시 빠른 결정을 내리는 편이다. 그러면 왜 음식 선택에 이렇게 고민을 할까?



참고자료 없이 골라야 하는 것, 음식


음식을 고르는 데 참고할 것이 없다고? 이 말을 듣고 의아해할 것 같다. 맞다. 지금은 먹방의 시대다. 수많은 음식 프로그램이 방송되며, 유튜브에서도 개인 먹방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먹스타그램 태그를 검색하면 나만 못 먹어본 것 같은 음식 사진이 쏟아진다. 동네마다 맛집은 왜 이리 많은지, 먹으러 가야 할 음식이 넘쳐난다.



하지만, 맛집 추천을 받아서 먹어본 음식은 모두 다 맛있을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맛집이라고 줄을 서서 먹어본 음식 중에 실망한 경우도 많고, 친구가 추천해서 모임을 가졌는데 나는 젓가락이 두 번 가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그 이유는 입맛처럼 주관적인 것도 드물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것들도 주관적인 취향이 존재하지만 입맛만큼 주관적인 것은 많지 않다. 패션이 주관적이라도 일단 옆에서 취향을 잘 아는 사람이 도와준다면 선택이 쉬워진다. 적어도 얼굴에 그 컬러가 맞는지, 사이즈가 맞는지는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고를 때도 주관적인 취향에 더해 선택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다. 교통은 어떤지, 주변 시설은 편리한지, 집을 지은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집의 상태는 살기에 불편함이 없는지 등.


그래서 더 도움이 필요한 음식 고르기


어차피 입맛은 주관적이다. 타고난 입맛도 있고, 이유식부터 지금까지 각자가 먹어온 음식이 다 다르기에 내가 맛있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음식을 고르기는 해야 한다면, 누구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까?


그건 그 음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음식점 주인이다. 주인이 안된다면 그걸 판매하고 있는 직원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민될 땐 주저 없이 물어보는 편이다. 물어봤을 때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해도 대답을 들으면 이 곳의 음식이 어떨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가장 신뢰 가는 경우는 음식을 직접 만든 오너 셰프가 자신 있게 대답을 해줄 때다. 어떤 메뉴를 물어봐도 먹어본 적 없는 내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설명을 해 준다. 특히 오늘은 이 메뉴가 추천할 만하다며 자신 있게 안내해 준다면 먹지 못하는 재료가 아닌 경우 주문해볼 만하다.


다음으로는 음식에 애정을 갖고 오랜 시간 근무한 직원이 추천하는 경우다. 만들지 않았지만 그날 추천할 수 있는 음식을 자신 있게 조언해주고, 음식에 대해 물어보면 상세하게 알려준다. 물론 이 경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부담 없는 정도의 친절함까지 기대할 수 있다.




누군가는 먹는데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 한 끼 정도 적당히 먹으면 뭐 어떠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 먹은 음식이 몸안에서 소화가 되고, 내가 살아가는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하면 매 끼의 식사가 중요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우연히 먹은 음식이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준다면 하루에 한 번, 아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마음에 쏙 드는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음식점 앞에서 많이 망설인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마음껏 고민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는 것이 행복한 하루를 보장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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