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개월을 기다린 김동률의 디지털 싱글
아, 이번에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Rubato
이탈리아어로 ‘도둑맞다, 잃어버리다’를 뜻한다. 음악에서는 ‘템포 루바토(임의의 템포)’라는 식으로 쓰이며, 그 부분에서는 연주자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템포를 바꾸어도 된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18세기 이후 특히 쇼팽이 널리 사용하였는데, 화음(和音)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어디까지나 감정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운 것이라야 한다. (두산백과)
내일이면 ‘여름의 끝자락’ 음원이 발표됩니다.
악보를 읽어보셨거나, 티저 연주를 들어보신 분들은 완곡이 어떨지 많이들 궁금해하고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대성공이네요. 하하. 한 번쯤은 이렇게 완성품이 아닌 형태의 선공개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랜 기간 한 곡을 만들어가다가, 마침내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때 그 과정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여러 소회에 잠겨 곡을 감상하게 되는데요. 비슷하게나마 여러분들도 그러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곡의 분위기를 얼핏 짐작할 수 있으니, 이런 반주에 어떤 멜로디와 어떤 가사가 붙을까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간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또 음원이 발표된 후에, 여러분들의 상상과 어떻게 다를지, 기대에 부응했는지, 그런 반응들도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연주 영상을 찾아들어보면서, 같은 악보인데도 제각기 다른 느낌의 연주와 해석이 매우 재밌고 신기했었는데요. 공유는 몇 개 못했지만, 연주 영상 올려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수줍게 혼자서 몰래 쳐보신 분들도요.
‘여름의 끝자락’은 처음 멜로디를 쓸 당시부터 김정원 씨의 연주를 염두에 둔 곡입니다. 그래서 정원이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본격적인 피아노 편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편곡을 하기 전에도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초벌 편곡이 끝난 후에도 정원이와 여러 번 만나서 검수를 받았는데요. 첫 연습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오랫동안 제 머릿속에만 존재했던 사운드를 마침내 현실 세계에서 듣게 되는 기분! 초견임에도, 제 맘을 다 읽고도 넘치는 연주에 전율을 느꼈던 기억입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친구의 격려에도 힘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의 (물론 ‘훌륭한’ 피아니스트이니까 가능한 거겠지만) 조언과 여러 제안들이 너무 값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더욱 매끄러운 연주를 위해서 뿐 아니라, 음악 자체를 해석하는 여러 시각들을 열어 주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분명 제가 쓴 곡인데, 저는 채 들여다보지 못한 숨겨진 부분들을 끌어내 주는 안목과 연주에 매번 레슨을 받는 기분이었달까요. 그렇게 여러 번 수정을 거듭하여 편곡이 완성되었고, 오랜 시간 공들여서 가사를 쓰고 녹음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언 2년 만에 여러분들에게 곧 공개가 되겠네요.
실은 이미 2년 전에 모든 녹음 과정은 끝났는데요. 작년 여름에도 공개할 수 있었던 곡을 일 년 뒤로 미뤘던 것은, 그만큼 제가 이 곡을 아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여름의 끝자락’은 일반적인 가요 형태의 곡은 아닙니다. 좀 더 클래식 가곡 형태에 가까운 곡이지요. 만약 정규앨범 안에 삽입되었더라면, 누군가에겐 수록곡 중 한 곡으로 그냥 스킵하게 되는 곡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기왕 싱글로 몇 곡을 발표하게 된 이번 기회에 이 곡을 가장 마지막으로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항상 대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대중 음악가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다수가 아닌 소수 리스너를 위한 음악도 진지하게 열심히 만들고 있다는 걸 티 내고 싶었나 봅니다. 단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여름이 찾아올 때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귀와 마음에 스며들어 조용한 위로가 되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는 서정적인 음악이 좋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