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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Oct 15. 2019

정말 잘 물어보고 싶습니다

김호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질문을 잘하는 사람입니까?


이 질문에(아, 이건 좋은 질문인가?) 선뜻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강의를 들으러 가도, 교육을 받아도, "질문 있습니까?"에 바로 손을 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질문을 하더라도 정말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이 드는 경우는 손에 꼽을 만큼이다.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하거나, 관계없는 내용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이쯤 되면 질문도 따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 질문의 이유는 원하는 답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구하는 것을 질문을 통해 얻는 방법을 알고 싶다.


저자인 김호 대표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간결하지만 친절한 강의라고 감탄했었다. 이 책은 그의 강의를 듣는 것처럼 조용하지만 설득력 있게 '질문의 기술'을 알려준다.




'혹시'의 마법

혹시或是(혹시 혹, 옳을 시) 부사
1. 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2. 어쩌다가 우연히.
3. 짐작대로 어쩌면.
4. (의문문에 쓰여) 그러리라 생각하지만 다소 미심쩍은 데가 있어 말하기를 주저할 때 쓰는 말.

이 책의 본문은 '질문이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로 시작한다. 첫 예시는 환불 불가 조건으로 예약한 호텔을 취소하게 된 이야기였다. 결론은 '질문을 잘해서 위약금 없이 취소한 이야기'지만, 돈을 절약한 것 이상의 교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혹시'가 갖는 힘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나도 '혹시'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혹시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

예의 바르고 조심스럽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일단 진상이 아님을 어필할 수 있음)

뒤에 나올 요구사항이 주는 부담감을 반 이하로 줄여준다

만약 거절당해도 서로에게 크게 상처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소심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아니면 말을 작게 시작하게 되어 '뭐라고요?'라는 반문을 받을 수도 있다.(지금 소리 내어 '혹시'라고 말해보시라. 소리를 지를 수 있는지. 이것도 사실은 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로 말을 시작하면 의외로 대화가 쉽게 풀린다.


물건을 사러 갔을 때 예상한 것보다, 혹은 내 지갑 사정보다 물건이 비싸다면, 그렇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면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혹시로 질문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퉁명스레 거절하는 직원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가끔 만날 수도 있는데 그건 정말 그 사람이 대인업무를 하기 부적합한 사람이거나 그날 컨디션이 최악이라서 그럴 것이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개선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용기 내어 꼭 물어보라.


예외가 가능한지 물어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P29에 나오는 경쟁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을 읽으며 탁 무릎을 쳤다. '맞아, 질문의 키는 질문자가 갖고 있는데. 왜 이걸 몰랐지?' 내 쪽으로 끌어오고 싶은 사람이 반대쪽에 있다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반대였다. '넌 뭐가 좋아서 거기 있는 거니?'로 질문을 시작하면 당연히 지금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반면 '거기서 불편한 게 뭐니?'라고 묻는다면 소소한 불만에서 시작해 치명적인 불만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거다.


이런 질문을 '전략적 질문(strategic question)'이라고 한다고 한다. 똑같은 의도를 갖고도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컨트롤할 수 있는 질문이다. 내가 하는 질문에 따라 비즈니스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니 정말 매력적이다. 심사숙고해 질문을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결국 다 잘되자고 하는 일인데


회사에서 회의를 하다 보면, 집에 가고 싶을 때가 많다. 일을 진행하려고 모인 자리인데 안 되는 부분만 얘기하다 시간이 다 가 버린다. 또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싶은데 유관부서의 비협조적인 태도나, 우리의 모자람만 성토하다 마치기도 한다. 이미 끝난 행사가 있다. 뭘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상사가 주도한 부분에서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 자리에서는 넘어갔다 해도, 나중에 다른 부분에서 몇 배로 갚음을 당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피드백' 보다 '피드 포워드'를 제안한다. 이미 한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미래에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덜 부담스럽다. 다음에는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이런 부분은 제외하고 대신 다른 조건을 포함하자 등 긍정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뭐가 문제인 지보다 뭐가 가능한지를 긍정적으로 논의하라.

 질문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일단 아주 친한 사람이 아니면 그리 말을 많이 하지 않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을 떼어보라고 하면 쉬울 리가 없다. 그런 나도 아주 가끔, 내가 생각해도 이 질문은 좋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바로 주제와 강연자에게 관심이 아주 많을 경우에 던진 질문이었다.


사람들은 당신이 얼마나 그들에게 신경 쓰는지를 확인할 때까지는
당신이 얼마나 많이 아는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나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 어떤 프로젝트가 잘 되면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질문을 할 때는 일단 한 발 물러서서 시작해보자. 내가 이번에 이런 일을 했는 데가 아닌, 당신이 이번에 한 일의 어떤 점이 어떤 점에서 참 좋은 것 같다고. 그런데 다음에는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제안하는 사람에게 누가 거절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성장판 서평단 2기 활동으로 출판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위의 서평은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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