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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Apr 29. 2018

어머, 이 음식은 당장 먹어야 해

요시나가 후미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

먹는데 공들이면 이상한가?


예전에는 음식에 관심이 많다고 하면, 식탐이 많은 사람으로 치부하면서 별로 고상하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먹방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 방송사는 없으며, 어딜 가나 맛집과 요리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흘러넘친다..


그래도 마음속에는, 점잖은 자리에서는 음식에 신경을 지나치게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음식은 잘 정리된 연설문보다 강력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여러 의미를 담아 준비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469&aid=0000295765




일본 만화가 요시나가 후미(よしながふみ | Yoshinaga Fumi)의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를 소개한다.


31세의 만화가 Y나가 F미.

2살 연하이자 서클 후배, 그리고 (업무적으로는) 별로 도움되지 않는 어시스턴트인 S하라와 동거 중이다.

절대 남녀 사이가 아니며, 가족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언제나 먹는 데 집착한다.


맛있는 걸 많이 아는 방법이 있냐고 묻자, 세상 진지해진 Y나가

그녀는 사귀던 남자가 자신이 추천한 음식점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음식도 제대로 즐기지 않자 헤어져버린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Y나가의 음식점 소개로 구성됐다. 실제로 존재하는 음식점들로, 회차마다 약도와 함께 음식점의 실제 정보까지 들어 있다.


하지만 '실제 등장인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라고 강조한 부분을 읽다 보면 실제 같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흑백 만화이고, 사실 그림을 잘 그리긴 했어도 컬러도 없는 만화에서 식욕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인스타그램에서 #먹스타그램 태그의 수많은 사진을 보면 왜 인스타그램의 다른 말이 "내가 이렇게 잘 먹고살고 있다"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음식은 역시 비주얼이다.


나 같은 경우, tvN <수요 미식회>를 보며 군침을 흘려도 Comedy TV <맛있는 녀석들>은 그냥 그렇다. 덜 맛있게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도 없는 이 만화를 보면서 "당장 저 가게에 가고 싶다!" 란 생각이 드는 건, 주인공 Y 나가의 현란하기(?) 짝이 없는 묘사 덕분이다.


한때 유행했던 <신의 물방울> 스타일의 묘사는 아니다. '천상에서 쏟아지는 부드러운 신의 햇살은 마치 신의 축복. 반짝반짝 빛나는 수면이 나를 이끈다' 같은, 이게 시인지 와인 설명인지 알 수 없는.


다만 이런 거.


또는 이런 표현. 잘 기억해뒀다가 사용해도 좋다.


그냥 '맛있다' 가 아닌 '왜 맛있는지'를 알아들을 만한 단어로 묘사해놓아 식욕을 자극한다... 나도 당장 저 음식을 먹으러 달려가고 싶다.


사실, 음식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꽤 중요하다. 이를테면 사진의 음식을 묘사할 때 이렇게 한다면 어떨까?

여의도 IFC몰 '꼬또(Cotto)'의 '와규와 트러플, 페퍼 리조또'. 영업종료가 아쉬울 뿐


"크림 리조또인데 위에 스테이크를 올렸어. 파스타는 먹기 싫어서 시킨 건데... 맛있었어!"


맛있다는 말이지만, 과연 이 말만 듣고 이 음식을 먹으러 갈까? 바로 옆이라면 모르겠지만, 가격도 있는 편인데 나 같으면 굳이 먹으러 가지는 않을 듯..


살짝 상세하게, 양념을 쳐서 말해보자.


"부드러운 크림 리조또 위에 살살 녹는 와규 스테이크가 올려져 있어. 스테이크는 물론 미듐으로 구웠지. 질 좋은 통후추도 갈아서 뿌렸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칼 안 대고도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고. 특히 위에 뿌려진 트러플 오일이 기막히지. 그 향 때문에 꽤 고급 음식을 먹는 기분이야~"


어디선가 S하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뻐기지 좀 마!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훨씬 먹고 싶어 지는 묘사 아닌가?

음식은 보여주어야만 먹고 싶어 지지 않는다.

텍스트만으로도 충분히, 음식이 먹고 싶어 지게 만들 수 있다.



<심야식당>이나 <맛의 달인>처럼 음식에 어울리는 에피소드가 들어가는 전개이긴 하다.


하지만 음식 하나하나의 묘사와 그에 어울리는 이야기들은 Y나가와 함께 먹고 마시는 기분이라 훨씬 현실감 있다.


요리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봐야 할 만화다.


http://m.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blio.bid=1909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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