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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Jun 10. 2018

내 연인은 특별하지만, 내 연애는 특별하지 않아

모리 카오루 <엠마>의 빅토리안 로맨스 속으로


당신에게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미스터리도 있고, 옛날 이야기도 있겠지만...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역시 '남의 연애담'이 아닐까?


한껏 상담한 후에 결국 '자기 마음대로'하는 것이 연애상담이기에, 사실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연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바른 연애 상담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다만, 완결을 알 수 없을지 몰라도 실시간 진행과정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애상담을 선호하는 편이다.


흔히 청춘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전 세대는 제대로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어른들이 소개해 준 사람과 결혼해 살아왔을 뿐이라고. 그래서 나의 열정적인 연애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아니다.


연애가 근대를 거쳐 현대에 나타난 것이라면, 그 수많은 고전 속의 로맨스는?


로맨스(Romance)의 어원은 아래와 같다.


본래는 고대 프랑스어를 프랑스어와 구별해, 라틴어로부터 파생한 말인 로망(roman)의 뜻으로 썼다. 나중에 프랑스어로 작품을 로만스라고 부르고 또 기사 이야기가 고대 프랑스 문학의 특징이었기 때문에 중세풍 영웅 기사의 이야기와 궁중여인의 연애를 다룬 이야기를 로맨스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참고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그렇다면 어느 시대나 연애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디서 만나는가,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선물의 품목이 무엇인가 정도가 다를 뿐, 2000년 전 사람들도 모두 연애를 해 왔다.




내가 좋아하는 시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시작된 산업혁명 시대의 연애를 다룬 만화 '엠마'를 소개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자 기네스 펠트로의 리즈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엠마'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양쪽 모두 주인공 이름은 엠마지만, 한쪽은 출신도 확실하지 않은 메이드, 다른 쪽은 기세 등등한 귀족 아가씨다. 하지만 양쪽 모두 상당히 재미있어서 결국 내 영어 이름이 'Emma'가 되었다는... (배우 엠마 톰슨과 엠마 왓슨 둘 다 좋아한다는 점도 포함. 엠마 톰슨처럼 늙고 싶다...)


빅토리아 시대 속으로


빅토리아 여왕(Queen Alexandrina Victoria, 1819~1901)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이끈 국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업혁명으로 번영하던 시대지만, 반면 제국주의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라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식민지들을 극도로 수탈하던 때이기도 하다. 일본만 나쁜 게 아니고 그 시대 소위 강대국이라는 나라들은 다 그 모양... 슬픈 역사다.

Queen Victoria(출처: National portrait Gallery 인스타그램)

전통적인 귀족이 몰락하고, 귀족은 아니지만 작위를 가질 수 있는 계급인 젠트리(gentry)가 득세하던 시기다. 본래 봉건사회의 기사로부터 이어진 이들은, 중세 말부터 근세에 걸쳐 농업은 물론 상공업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큰 부를 누렸다.


더 이상 타고난 핏줄만으로 지배 계급이 될 수 없는 시대.


하지만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Kings reign but do not govern.)'는 영국 국왕은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잘 지내고 있다. 얼마 전 오랜만의 로열웨딩, 마크 왕자와 영화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으니...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결혼식(출처: theRoyalfamily 인스타그램)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영국 왕실도 많이 변하긴 했다. 불과 몇십 년 전, 미국 출신의 이혼녀 심슨 부인과 결혼하겠다고 왕위를 버린 에드워드 3세도 있건만, 아무리 왕위 계승 서열 6위라고 해도 현 국왕의 직계 손자가 흑인 혼혈에, 이혼녀인 배우와 결혼하다니. (메건의 배경을 흠잡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국 왕실이 그 결혼을 허락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신분차가 나는 연애는 언제나 어려워


모리 카오루(もりかおる)가 그린 엠마(エマ, 2001)에서도 신분차가 나는 연애를 다룬다.


이 작품은 총 7권, 외전 3권, 그리고 해설서 1권으로 이뤄졌다. 메이드 엠마와 젠트리 2대인 윌리엄 존스가 사랑하게 되면서 겪는 여러 가지 갈등이 주를 이룬다.


결국 결론은 해피엔딩이지만...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396410

요즘으로 치면 재벌가 후계자 실장님과 회사 앞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이 연결되는 이야기 정도일 듯하다. 사실 설정 자체는 새로울 것 없는 로맨스지만 '자칭 메이드 광(maid 狂)'인 작가 모리 카오루의 디테일로 이야기가 살아나는 것 같다.


이 만화는 모든 것이 변하는, 산업혁명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전직 가정교사이며, 현재는 은퇴해 홀로 살고 있는 캐리 스토너. 그녀의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엠마라는 메이드가 있다.


엠마의 출신은 확실하지 않다. 가난한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조개 줍기를 하다 인신매매를 하는 일당에게 납치당했다. 하지만 유흥가로 팔려가는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도망쳤다. 그리고 런던에서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다 우연히 캐리를 만났다.


캐리는 '교육이란 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진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 실험(?) 대상이 된 것이 바로 시장에서 꽃을 팔지만 영리해 보이는 엠마. 출신은 보잘것없지만 머리가 좋고 차분한 성격의 엠마는 캐리의 기대대로 훌륭히 메이드로 변신한다.


캐리가 가정교사로 가르쳤던 젠트리 집안 '존스' 가 장남인 윌리엄이 인사차 집을 찾았다가 바로 이 예쁜 엠마에게 반해버린다.


엠마는 동네 청년들에게 항상 편지를 받을 만큼 인기 있다. 하지만 모두 거절하는 편지를 써 왔는데 존스가 의 도련님에게만은 마음이 끌린다. 결국 사랑하는 두 연인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는 해피엔딩!


그대의 연인은 그대에게만 특별하다


처음 윌리엄이 엠마에게 호감을 표시할 때부터, 그걸 눈치챈 주변인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이 만남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다.


"영국은 하나지만 그 안엔 두 나라가 존재한다." (윌리엄의 아버지 리처드 존스)

"그나저나... 귀족 나으리랑 메이드는 역시 이루어지기 힘들지 않겠나?"(캐리의 친구 알)


"분명 쉽지는 않을 거에요." (엠마의 고용주이자 전 가정교사 캐리 스토너)


"혹시 그녀는 어딘가 이름 있는 가문 출신...?"(엠마의 두 번째 고용주인 빌헬름 멜더스)


엠마가 아름답고, 똑똑하고, 메이드 같지 않은 분위기라는 걸 누구나 인정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메이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윌리엄은 그 사실을 애써 극복하려고 할 뿐.


혹시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연애를 하고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포인트인 것 같다.

모두가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엠마와 윌리엄처럼 결국에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맺어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당사자들만 모르는 문제를 나중에 인식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일 테니...


그대의 연인은 그대에게만 특별하다.

그리고 그대의 연애는 세상 수많은 연애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건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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