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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Jul 15. 2018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해보면 돼

루나파크 홍인혜의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책이란 일단 사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사는(아니 믿고 싶은 거다) 사람이지만, 도서관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꼭 찾아야 하는 책이 아니라면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날의 기분에 따라 책을 픽업하곤 한다.


지난주에도 그렇게 무슨 책을 낚을까 두리번거리는데 같이 간 동생이 이 책을 건넸다.

" 이거나 읽어 봐."


런던이구나, 그럼 읽지 뭐.


어느 여행작가의 런던 예찬기쯤 되겠거니 하면서 들고 왔다.


20년 전으로 돌아가다


셰익스피어, 휴 그랜트,

여름에도 그다지 덥지 않고 우산을 항상 휴대해야 하고

알아듣기는 쉽지만 따라 하기는 어려운 발음

자기들 손으로 왕의 목을 쳤지만 왕실은 아직도 건재하는 신기한 나라


20년 전에 처음 밟은 외국 땅이 영국 런던이다. 어쩌다 가게 된 언어 연수지만 가고 싶었던 나라라 신났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쩐지 대책 없는 런던 살기'지만 한심하다거나 안됐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지금 작가와 함께 런던에서 헤매고 있다는 동질감이 든다. 그건 아마도 내가 더 대책 없는 런던 살기를 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학원에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중간중간 미술관도 가고, 공원도 가고,  뮤지컬도 보고...

지금 생각해보면 난 잠시 다니러 온 사람이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처럼 살았던 것 같다.


악착같이 오늘은 이걸 하고, 내일은 저걸 보고, 다음 주에는 어딜 멀리 가야지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런던의 날씨에 맞춰 옷을 입고,

지나가다 주머니 사정에 맞는 식사를 하고,

알게 된 사람들과 소소한 만남을 가지고,

그러다 5개월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무엇을 보았다'가 아닌 '거기 살았다'


이 책이 술술 읽히는 이유도 비슷하다.


어디가 좋고 무엇을 봐야 한다는 것보다는

그냥 일상에서 휙 벗어나고 싶었던 욕망을 실현한 후기에 가깝다.


휴대폰도 준비하지 않고 갔다가, 홈스테이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없이 광고가 마음에 드는 통신사의 휴대폰을 마련했는데 알고 보니 비싸고 불편한 서비스를 골랐다거나,

집을 계약했는데 방 호수도 적지 않고 나와서 불안에 떨면서 이사한 에피소드도 있다.


잔잔한 문체로 얘기하지만 그 당시는 정말 '미치고 펄쩍 뛸' 일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던 건 며칠 관광을 하는 게 아니라 잠시지만 거기 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루나파크를 그리는 작가님도 이랬구나


처음에는 모르고 읽다 보니 유명한 분이었다.

루나파크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림을 보면 '아~' 할 그런 그림.

https://www.instagram.com/lunapunch/


이 책에는 생각보다 힘든 런던 살기와 함께 분위기 있지만 착 가라앉은 사진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다음 페이지에는 귀여운 만화가 등장하는데...

이게 이 책으로서는 플러스일지 마이너스일지 독자마다 다를 것 같다.


나에게는 플러스였다.

이렇게 예쁜 창작을 하는 사람도 런던에서 외국인으로 헤매고 다녔구나.

그럼 나도 마찬가지지 뭐.




날씨 탓인지

나이 탓인지

크게 의미가 있거나 신이 나질 않는 요즘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안도감이 든다.


지금이 아니면 해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해보면 된다.

했다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못 찾으면 어때. 해 봤다는 게 중요하지.


지금,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한 가지가 아니라서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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