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리뷰
아이 하나를 키우는 친구가 한 얘기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가 아이 하나를 키우는 걸 알게 되자 애는 둘은 있어야 한다고,
친구더러 편해서 좋겠다며 일장연설을 하셨다고 했다.
뭐,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보다는 조금 시간이 여유로울 수도 있다.
아이 셋을 키우며 회사에 다니는 엄마보다는 조금 편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아이 하나를 키우는 전업주부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생각을 했을까?
각자의 인생인데 말이다.
이 책은 아이가 없는 기혼 여성들을 인터뷰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당연한' 단계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정규 교육을 마치면 당연히 직장에 다니고
적당한 나이가 되면 당연히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고
아이는 남들 키우는 것처럼 정규 교육을 시키고
그 아이가 취업을 하고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시키고
손자 손녀를 자랑하고
그래서 이 '평범한' 스텝에 하나라도 '튀는' 부분이 있으면 주변인들이 더 불편해한다.
왜 내가 부모가 되지 않으면 내 부모님이 불편하실까
지금은 아이가 있지만, 결혼 후 5년간 아이가 없었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부모님들은 일단 자녀가 결혼을 하면 아이 소식을 기다리신다. 하지만 끝까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려 주는 부모님은 드문 것 같다.
왜 주변 사람들은 다른 집의 손자 손녀 소식이 그렇게 궁금할까?
지인의 자녀가 결혼을 하면 축하해주고, 혹시 출산 소식이 들리면 또 축하해주고, 잘 자란다고 사진을 보여주면 귀엽다고 호응해주면 되는 거 아닐까?
별로 조급해하지 않던 부모님이라도 주변인들이 자꾸 물어보면 결국 마음이 불안해져서 결혼한 자녀들에게 출산을 재촉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 없는 부부는 계속 늘어납니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아이 없는 부부 비율은 점점 늘어 2045년에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 비율을 훌쩍 뛰어넘을 거라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거다.
굳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원하지만 생기지 않아서
여러 가지 형편상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해서
저출산 정책을 보면 단순히 임신을 '장려하고', 아이를 '낳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그 점이 좀 안타깝다.
저도 평범한 사람이에요, 아이가 없을 뿐이에요
한때 나도 '아이가 없다'라는 대답을 하면 돌아오는 의아한 시선에, 무례한 발언에 상처받는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결혼한 지 시간이 좀 지난 부부에게 아이가 없다고 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본다. 왜 없는지 이유를 탐색하는 질문을 하다가 나중에는 이런저런 방법을 쓰면 아이가 생긴다는 조언을 한다.
아이가 없으면 뭔가 부족한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사실, 아이가 있다고 완전한 사람은 아닌데 말이다.
한 가지 기준으로 사람을 알 수 없듯, 아이가 없을 뿐이지 다른 것들은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평범한 사람이다.
조금 세련된 주제로 친목을 도모하면 안 될까요
사람이 만나 대화할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자칫 예민해질 수 있는 정치와 종교 주제를 제외하면 얼마나 할 얘기가 많은데 왜 만나서 자녀 얘기를 해야 할까?
어쩌면, 아이 얘기 아니면 대화의 주제를 찾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업무상 만나도 친해지는 단계에서 결혼 유무를 묻고, 아이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러다 공통점을 발견하면 아이를 주제로 계속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난 아이가 있어도 그게 너무 불편하다. 장단은 맞춰 주지만 저 사람은 내 아이 친구 부모가 아닌데 왜 아이 얘기가 화제가 되어야 할까?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혼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없는 사람은 대화에서 제외된다.
쉽게 시작하면 최근 개봉한 영화나 드라마를 주제로 삼아도 아이 얘기보다는 자연스럽다. 차라리 주말에 놀러 간 얘기를 하자. 며칠 전 가본 식당의 어떤 음식이 괜찮았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좋겠다.
나와 조금 달라서 더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행복하게 살자고 한다.
맞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고, 행복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왜 내가 사는 모습과 조금 다르다고 불행할 거라고 생각하거나,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보려고 하는 걸까?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 가 오버랩됐다. 음식 얘기가 주를 이루지만, 사실 이 만화는 50대 게이 커플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중간중간,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회생활을 하는 변호사 카케이 시로와, 대놓고 게이임을 밝히고 파트너와 동거 중인 일상도 화제로 삼는 미용사 야부키 켄지가 대비된다. 그리고 그들이 게이임을 알아챈 이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게이면 뭐 어때.
아이가 없으면 뭐 어때.
결혼을 하지 않으면 뭐 어때.
그냥 본인이 행복하면 되지 않을까?
아이 없는 부부가 아니더라도, 뭔가 보편적인 삶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위안이 될 만한 책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549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