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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Nov 11. 2018

덮어놓고 사다보면 겪게 되는 일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

갖고 싶은 건 언젠가는 사게 된다.


어릴때는 장난감에서 시작해 자라서는 옷, 신발, 악세사리, 그리고 요리를 하게 된 후로는 그릇을 모으게 되었다. 아, 물론 '여기부터 여기까지가 제 컬렉션입니다'라고 말할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물건을 사 모으는 일은 규모에 관계없이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다.


누군가는 보석보다 더 사치스러운 수집은 그릇이라고 했다. 깨질 수 있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그릇을 모아서 장식하고, 거기에 음식을 담아 손님을 초대하는 행위가 위험해 보여서일까.


차를 꾸미는 취미를 가진 남자들의 씀씀이도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문외한이 보면 뭐가 다른지 알 수 없는 수준의 옵션 변경, 계속되는 튜닝... 이 역시 자신만 알 수 있는 즐거움이다.


책 속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 한 사람.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 표지는 책 구입을 즐기는 이라면 한번쯤은 맞닥뜨려 본 적 있을 모습이다.


왜 사도 사도, 사고 싶은 책은 줄어들지 않을까


인터넷 서점에서 주로 책을 구입하다보니, '장바구니'에 사고싶은 책을 담아놓게 된다. 당장 구입하지 않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뭔가 구미가 당기지만 살 만한 책인지는 아직 모름

사고 싶지만 가격이 높아서 한번 더 생각해 보려고

조금 있으면 그 책에 대한 이벤트 굿즈가 나올 것 같아서 기다렸다 사려고

이번 달 도서 구매액이 이미 한도초과인 것 같아서

그런 이유로 장바구니에는 항상 책이 넘치지만, 장바구니에 없는 책을 새로 골라 구매하는 일이 계속 생긴다.


그래서 장바구니는 항상 50만원이상의 금액을 유지하고 있다. 사고 싶은 책이 없어지는 날은, 혹시 내가 대형 서점을 인수하더라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책이란 건 계속 나오니까...


좋아하는 책 때문에 생존의 위기를 맞는다면


저자가 일본인이라, 책 무게에 못이겨 집이 내려앉는 경우와 지진으로 책이 무너져 위기를 겪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우리나라도 더이상 지진에 안전하지는 않다지만, 사실 지진 문제라면 살림을 미니멀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장서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을 책과 함께한다면 그것도 나름 낭만적일 것 같은데...?


한때는 유리문이 있는 책장을 갖고 싶었다


집안 모든 물건에는 먼지가 쌓인다.


TV의 먼지도, 화초의 먼지도 닦는데 책의 먼지는 잘 닦지 않게 된다. 그건 아마 종이에 물걸레질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닐까...


읽지 않는 책을 왜 꽃아두냐는 가족들의 불만에도 책을 계속 소장하는 건, '언젠가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리문이 달린 훌륭한 책장이라면 먼지도 유리문만 닦으면 되고 책은 깨끗하게 보관할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이 문장을 보고 그건 판타지라는 걸 알게 됐다.


일단 책을 본격적으로 모으게 되면 그런 훌륭한 책장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 대량의 책을 그렇게 보관하려면 재벌이나 가능한 일이겠지...


많이 정리했는데 아직 멀었다


가지런히 꽃힌 책도, 책 위에 눕혀져 있는 책도, 그냥 쌓여있는 책도 모두 소중하다.

많은 책을 팔고, 버리고, 부모님댁에 갖다놓고 했지만 그래도 책장이 더 필요하다. 언제 샀는지도 모를 책들이 자꾸 쌓여가니까...


거기다 산 책과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 섞여 있는 풍경은 아무리 봐도 대책이 없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맞다.


이 모든 문제는 다 책을 사랑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럼 지금이라도 책을 한 번 멀리해 볼까?


그게 된다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계속 책과 씨름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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