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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Jan 27. 2019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걸 모를때

마이클 앨런 싱어 <될 일은 된다> 리뷰

2019년을 맞아 처음 참여해 본 성장판 독서모임의 독서모임.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기 위해 신청했는데 첫 번째 책은 내가 잘 읽지 않는 종류인 마이클 A. 싱어의 <될 일은 된다>였다.


이 책은 여러 가지로 내게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이었다. '나는 이렇게 해서 잘 됐다'류의 책, 첫 전자책, 그리고 첫 독서모임.


속도가 잘 나지 않던 처음을 극복하니 저자가 삶을 내맡긴 것처럼 내가 책 읽는 속도도 책에 이끌려 뒤로 넘어가는 듯했다. 그래서 4일 만에 읽어낸(하지만 사실상 1.5일 만에 대부분을 읽은) <될 일은 된다>. 정말, 신기한 책이다.


개인적인 호오를 기꺼이 내려놓고
삶이 맡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만 오로지 집중한다.


삶이 맡기는 일? 그냥 손 놓고 물 흐르듯이 사는 게 좋다는 걸까? 일단, 독서모임 전에 읽고 가야 하니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내게 아버지뻘 되는 연대의 저자 마이클 앨런 싱어는 처음부터 '이게 뭔가' 싶은 내용을 적었다. 쉴 새 없이 떠드는 목소리라니, 명상을 통해 목소리를 조용히 시키고 영감이 이끄는 대로 보고서도 쓰고 땅을 구입해 집을 짓는다? 뭐라는 거야!!!


물론 내게도 쉴 새 없이 떠드는 목소리라는 게 있다. 끊임없는 마음속의 속삭임이다.


과연 이걸 해도 될까?

이 물건을 사도 되는 걸까?

이런 결정을 내려도 될까?


하지만 이 목소리들은 어쩌면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걸 모르기 때문에 속삭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찍이 신해철은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에서 이렇게 꼬집은 바 있다.


그 나이를 그 나이를 퍼 먹도록 퍼 먹도록
그걸 하나 그걸 하나 몰라!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내 전부를 걸어 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신해철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제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몰라요


처음 '개인적인 호오를 기꺼이 내려놓고' 란 문장을 읽었을 때 왠지 모를 반감이 들었다. 아니, 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버려야 해?


개인적인 호오를 내려놓는다면 나는 내가 입기 싫은 옷을 입어야 하고, 먹기 싫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가기 싫은 곳에 가고, 원하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건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너무나 자신 있게, 난 이게 좋더라. 난 이게 정말 싫더라. 했던 건 어린날의 객기(?)가 아니었을까.


법륜스님의 희망편지 중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망설여지는 것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정말 이 얘기를 본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래, 이거나 저거나 크게 상관없는 것 일수록 더 많이 망설이고 고민하는 것인데... 물론 둘 다 싫은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그 이후 망설임을 조금 줄이고 고민될수록 빠르게 어느 한쪽을 선택하곤 했는데 그 결과는 의외로 다 괜찮았다. 결론적으로, 크게 고민할 필요 없는 문제에 시간과 마음을 많이 들였던 것이다.


마이클 앨런 싱어의 성공은 그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다


책 표지의 글을 잠시 옮겨보자.


평범한 대학원생에서 대학교수, 건축업자, 프로그래머, 전미 의료 전산화를 이끈 CEO, 대규모 영성공동체의 리더, 뉴욕타임스 종합 1위 베스트셀러 작가까지 맨몸으로 성공의 끝까지 가본 한 명상가의 리얼 스토리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표지글은 작가가 마음에 들어하는 문장은 아니었을 것 같다. 작가는 본인이 이룬 것들이 간절히 원해서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삶이 그를 이끄는 대로 '내맡기면서' 살아온 것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할 수 없었던 그 부분. 그건 작가가 원래 갖고 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이뤄낸 것 아닌가 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의 역자 후기를 읽으니 역자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게 아닌가! '원래 좋은 운명을 타고난 사람' 이 삶을 내맡겨 성공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역자처럼, 나도 작가의 핵심을 빼놓고 결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결과로 서술했을 뿐, 작가의 초점은 '호불호를 내려놓고 나를 내맡기는' 삶에 있었다.


그는 교수가 되길 바라지 않았다.

그는 건축업자가 되길 바라지 않았다.

그는 CEO가 되길 바라지 않았다.


그는 단지, 삶에 자신을 내맡겼을 뿐이다.




마이클 앨런 싱어와 나는 상당 부분 다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와 많이 다를 것이다.


그가 이룬 성공,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결과가 부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당신도 원하는 일인가요?


이 책을 다 읽으니 김보통 작가의 라이프타임 무자극 캠페인 영상이 생각났다.


그냥 대충, 되는대로 살려고요. 꿈같은 건 어차피 나밖에 모르는 거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f02sDHDhKpY&list=PLHfrd-NSLYZeLUNW_3UF1m4zYDPSJ3yvc


하지만 나도 모르는 그 꿈, 내맡기면 내 삶이 인도해주지 않을까요?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계획대로 된 적은 많지 않지만 무엇이 되고 싶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내려놓고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맡겨보고 싶어 졌다.


대체 뭐가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지금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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